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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 뛴 양배추값…농가의 한숨 "우리는 남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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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태풍 '차바' 피해로 수량 감소ㆍ품질 낮아져
"포기당 가격 올라도 중간관리 등 투입비 제하면 이익 없어"

11일 제주도 지역 내 한 양배추 밭의 모습. 다수의 양배추가 잎마름병(불병)에 시달려 잎이 말라있다.

11일 제주도 지역 내 한 양배추 밭의 모습. 다수의 양배추가 잎마름병(불병)에 시달려 잎이 말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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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양배추 값 올라서 좋겠다고들 하는데 정작 내 손에는 남는게 없어요. 여름 물량은 찜통 더위 때문에 손해를 꽤 봤고, 가을에 닥친 태풍에서 겨우 건진 게 지금 팔리는 것들입니다. 뿌리 상하고 썩어나가면서 수확량이 확 줄었어요. 포기당 가격은 올라도 예전보다 내 주머니 사정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니까요."

제주도에서 양배추 농가를 운영하는 김영창 씨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최근 양배추, 당근, 배추, 무 등 노지 채솟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농가가 중간에서 재미를 보고있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일일이 붙잡고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배추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작년보다 최대 3.3배가량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기준 양배추 1포기는 작년보다 130.4% 오른 5496원에, 양배추 10kg은 작년보다 231.7% 오른 1만36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포기당 가격 인상이 곧바로 농가 수익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상 요인이 수확량 급감인 점을 상기하면 이해하기 쉽다. 김 씨의 경우 지난해 여름에서 가을 사이 몰아친 자연재해로 평소 대비 30% 물량의 손실을 입었다. 예년에 한 평당 양배추 3망이 났다면, 최근엔 2망 정도로 줄었다. 지금 물량은 8월말에서 9월 초 키우기 시작한 양배추인데, 태풍 자바 탓에 상태가 좋지 못하다. 대부분의 조생종은 타들어간 것처럼 보인다는 불병(잎마름병)에 시달려 상품성이 크게 저하됐다.

양배추 크기도 많이 줄어 사이즈별 가격편차가 커 타격이 더욱 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양배추 사이즈가 작게 나오는 탓에 가격차가 최대 3배까지도 차이날 수도 있다"며 "현재 1망(3개입) 기준 최저가는 5000원, 최고가는 1만5000원으로 가격차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품질이 낮은 작물의 경우 평소 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 오히려 경영비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저품질 작물의 평소대비 망 당 가격은 최대 2000원선"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상태가 좋은 양배추는 2배가량 값이 올랐다. 고품질 양배추의 1망 가격은 1만5000원(망 사이즈 기준 45망)으로, 이는 평소 가격(7000~8000원) 대비 최대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김 씨는 중간 관리 등에 대한 투입비용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배추를 경작할 때에는 보통 직접계약을 하거나 포전거래(밭떼기)로 중간납품업자와 사전 계약을 맺는 방식을 취한다"며 "포전거래의 경우 납품업자에 작물을 인계한 후 작물은 대형마트 등에 납품되는데, 각각의 거래비용은 평당 8000원에서 1만원 선"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태풍 피해로 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품질이 낮아지는 바람에 가격인상이 우리들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다"며 "양배추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도 예전과 비교해 별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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