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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나 사나 할 말은 했다…지금 더 그리운 '큰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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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6년전 오늘, 우리는 '굴하지 않는 실천적 지식인' 리영희 선생을 잃었다

리영희 선생(사진=리영희 재단 홈페이지 캡처)

리영희 선생(사진=리영희 재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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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리영희 선생에 대한 추모시의 마지막을 이렇게 썼다. "그렇다 리영희 선생이 누구냐고 물으면 / 역사는 대답하리라 죽으나 사나 / 선생은 할 말은 반드시 하시는 분이라고"

'죽으나 사나 할 말은 반드시 했다'는 표현은 리영희 선생의 삶을 응축한다. 그는 해방과 전쟁, 이어진 독재정권과 민주화 등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관통하며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5일은 고(故) 리영희 선생의 6주기가 되는 날이다. 1929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난 리영희 선생은 201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을 언론과 민주주의에 바친 진보적 사상가였다. 기자로서, 교수로서 그는 늘 불의한 정권에 저항했고 그 결과는 4번의 해직과 5번의 구속이라는 고난을 안겼다.

하지만 실천하는 지식으로서 삶은 그를 '사상의 은사'로 기억되게 했다. 1980년 신군부가 '광주소요 배후조종자' 중 한 명으로 그를 투옥했을 때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가 쓴 표현이다. 그를 거론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1974)'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가려진 베트남 전쟁과 중국의 실체를 보여줬다. '우상과 이성',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등도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여겨졌다.

리영희 선생은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사회 참여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09년에는 한 강연에서 "이명박 대통령 통치 시대, 그리고 지배집단의 성격적, 성향적, 정책적, 철학적 차원에서 말한다면 비인간적이고 오로지 물질주의적,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인권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그런 파시즘 시대의 초기에 들어서 있다"고 했다.
이 강연 이듬해 타계한 리영희 선생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지금의 이 혼란에 대해 어떻게 얘기했을까. 짐작할 수 없지만 그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 소용돌이가 전국을 휩쓸기 시작한 1972년에 이렇게 썼다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이 사회에서는 개인의 권리, 사회의 바람직한 형태, 민족의 진정한 행복 등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생활태도는 몹시 불편한 일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생각하는 것을 행동화하는 것, 말하자면 사상을 실천하여 생활화 하는 것은 범죄시되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러고 보니, 개인생활에 닥치는 소외감, 사회에 일어나는 부조리, 국가의 이름으로 정부가 하는 일의 비리 같은 것을 걱정하거나 비판하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행위는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44년 전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이 지적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우리사회를 지배한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진다. 리영희 선생은 같은 글에서 '질서'에 대해 이렇게 설파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 그 모든 인간활동의 '관계'에서, 보다 많은 사람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요인과 현상을 제거하면 할수록, 그 사회는 한참 동안 비틀거리다가 딱 버티어 앉은 오뚜기처럼 제자리를 찾고 안정되는 것이다 이 상태가 '질서'다." 지금의 이 사태와 탄핵 정국 이후 질서 대한 우려에도 충분히 적용될 만한 얘기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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