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탄핵 역풍 맞던 2004년 총선 앞두고 유세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시장상인 여러분은 제가 힘들때마다 늘 힘을 줬는데 너무 미안하다. 현재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도움을 주신 여러분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계신데 찾아뵙는 것이 인간적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 오게 됐다."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이 "늘 힘을 줬다"고 표현할 정도로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방문한 곳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시장에도 11년 만에 큰 불이 발생했다.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처음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당시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대통령 탄핵 직후 역풍을 맞아 참패가 우려됐다. 박 대통령은 이 때 서문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18대 대선후보 시절인 2012년에도 대선 직전 방문하면서 정치적 고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고 지난해에는 추석을 앞둔 9월 7일 방문해 환영을 받았다. 특히 이 당시는 8ㆍ25 남북합의 직후여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다. 서문시장 역시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지정되는 등 전통시장으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명품시장 지정과 관련해 "ICT 융합을 하게 되면 전통시장도 굉장히 경쟁력을 만들 수가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정치인생을 함께해온 대구, 그 중에서도 정치적으로 많은 힘이 됐던 서문시장을 박 대통령은 15개월 만에 방문했다. 하지만 불과 일년 새 분위기는 급전직하했다.
박 대통령은 현장을 둘러보고 청와대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화마에 할퀸 현장을 직접 목격한데다 자신의 처지까지 엎친데 덮친 상황이 눈물샘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구 방문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여론의 반전을 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큰 화재가 발생한 민생현장을 살폈다는 취지를 알아달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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