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에 올라선 유가, OPEC회의에 쏠린 눈

[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국제유가가 외줄 위에 올라섰다. 오는 30일(현지시간) 비엔나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원유 생산 감축 합의를 위한 산유국들의 막판 줄다리기에 유가의 향방과 산유국들의 운명이 걸려있다.

감산 합의가 어렵다는 전망에 지난주 약세를 보였던 유가는 29일 반전했다. OPEC의 합의를 점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유가를 끌어 올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02달러(2.2%) 오른 배럴당 47.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00달러 상승한 배럴당 48.2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 "산유국들의 시장 개입이 없더라도 내년 유가 시장은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장초반 2%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라크가 하루 생산량을 455만배럴에서 동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란도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한도 설정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글로벌 시장과 관련한 조치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감산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

마이클 코언 바클레이스 투자전략가는 "우리가 오랜기간 얘기해 온 것은 OPEC회원국이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미 경제 채널 CNBC는 28일(현지시간) OPEC이 합의에 성공하면 산유국들의 저유가 속 생산 경쟁으로 빚어진 치킨게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겠지만, 실패한다면 유가는 한동안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멜리마 크로프트 RBC 상품시장 수석 전략가는 "만약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유가는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할 것이고, 합의가 된다면 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OPEC간의 합의에 따라 배럴당 20달러의 가격차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OPEC 회원국들은 지난 4월 생산 동결 목적의 초기 협상이 실패한 뒤, 지난 9월 28일 알제리에서 산유량 감축 예비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회원국별 감축 할당량을 설정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란과 이라크는 감산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