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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복무를 자기계발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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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명 병무청장

박창명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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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군에서 전역한 정모 씨는 최근 몇 개월간이 꿈만 같다. 2년여의 군 생활 동안 차량정비병으로 근무한 그는 제대한 지 한 달 만에 버스운송회사에 취업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취업이 간절했지만 학력이나 스펙 모두 내세울 만한 게 없는 터라 입사를 지원하면서도 합격을 기대하지는 못했다. 그런 정 씨를 ‘덜컥’ 합격시킨 이유에 대해 회사는 차량정비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친 정 씨는 취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입대 예정자에게 무료로 기술훈련을 실시하고 해당 분야 기술병으로 복무하도록 한 제도를 소개받고 곧바로 지원했다. 입대 전 4개월 간 자동차정비 기술훈련을 이수한 뒤 군에서 정비병으로 복무하면서 기술을 연마할 수 있었다. 군 생활 동안 차량 정비에 관한 현장경험이 쌓여 정비사 자격증도 복무 중에 취득했다.
정 씨가 지원한 ‘취업맞춤특기병’제도는 병역과 취업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도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무료로 기술을 가르쳐주고 군에 입대해서 해당 분야의 기술을 갈고닦도록 한 제도다. 전역 후에는 전문분야의 기술을 바탕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입대 전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은 이전 회사로의 복직을 보장하고, 신규 취업희망자에게는 관련 기업을 알선해주기도 한다.

제도의 기본 취지는 대졸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에 비해 취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고졸이하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다. 실제로 그간 고졸이하 입영대상자의 기술병 입영비율은 대졸이상 인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2014년 기준으로 대졸 이상 입영대상자의 기술병 입영률이 53%로 전투병 입영률보다 높았으나, 고졸자의 기술병 입영률은 40%로 전투병 입영률(60%)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고퇴 이하 학력을 가진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술자격이나 전공이 없는 일반고 졸업자들은 기술병으로 지원할 수 없어 보병이나 포병 등 전투병으로 입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2014년 도입된 취업맞춤특기병은 첫해 700명 모집을 시작으로 올해는 1300명까지 늘었다. 2018년까지 25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지원대상이 육군에서 해군과 공군으로 확대됐다. 고졸이하 학력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대학 중퇴자도 지원할 수 있어 갈수록 참여가 느는 추세다. 아직 시행 초창기라 세부사항을 보완하고 가다듬어야 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호응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군 생활로 인한 경력단절이다. 대학생들이야 학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당장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은 본인의 전문성과 무관한 분야에서 근무하다가 전역 후 바로 사회진출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제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이 이 대목이다. 단순히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역 후 사회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취업맞춤특기병제도가 시행된 후 처음으로 관련 병사들이 전역을 시작했다. 병무청과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가 나서 전역자들의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전역자의 연고지 지방병무청장이 직접 부대를 방문해 전역자의 구직 희망 정보를 파악하고, 전역예정자 명단을 고용노동부와 공유해 맞춤식으로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병무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취업맞춤특기병 전역자의 취업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실질적인 취업률 향상에 팔을 걷어붙였다.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실업대란 속에 많은 젊은이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취업준비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고졸 청년들은 입대를 앞두고 시름이 더 깊어질 만도 하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책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군복무기간을 자기계발의 값진 시간으로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박창명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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