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남자는 태어나 3번만 운다? 헤게모니적 남성성 벗어나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2회 전문 강사 이슈포럼 개최 "대안적 남성성 고민할 시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남자는 태어나 3번만 운다? 헤게모니적 남성성 벗어나야"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남자로 만들어진다."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지난 15일 제2회 전문강사 이슈포럼 주제 발표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강 교수는 "생물학적인 남성(sex·male)이 남성성(gender·masculinity)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거나 당위적이지 않다"며 "남성이 남성성을 획득하고 수행하는 과정은 남성이 살아가는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서 남성 및 여성들과 맺는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남성성은 생애주기에 따라 소속되고 관련 맺는 남성들 간 동성 사회 집단에 의해 주로 형성된다"며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가부장제를 수호하는 조건들이 바뀌면서 젠더 관계의 변화에 따라 이상화된 남성성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 남성성 아들, 남편, 아버지 순서로 학습=한국 사회의 헤게모니적 남성성 형성은 생애주기와 동성 집단 간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생애주기의 경우 아들, 남편, 아버지라는 역할을 거치며 남성 동성집단 속에서는 또래집단, 학교, 군대, 직장 등에 소속되면서 남성성을 만들어 나간다.

한국 사회 남성성은 서구와는 다른 형상을 띤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들의 경우, 한국에선 부계 혈동주의 상속자로서 가부장의 지위를 갖는다. 유교 문화에 기반해 가계 계승자이자 가족원의 보호자로서 상징적인 권위 부여가 다르다. 상속자로서 다음 상속자를 생산하고 대를 이어야 아들로서 의무를 다했다 생각하는데 서구의 남녀 관계가 부부관계를 기본 축으로 남성성, 여성성을 구축한다면 한국은 아들로서 정체성이 남자의 평생을 좌우한다.
따라서 가계 상속자로서 정체성이 강한 한국 남성이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이 서구와 다르게 나타나는데 서구는 기독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어 '신 앞에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부모에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

또 일부 한국 남성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또래집단들과 동영상 포르노와 같은 여성을 매개로 성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후 중·고등·대학교를 다니며 어성과 성적 실천과 관계를 매개로 남성들 간 공모 관계가 형성된다. 군대 가기 전 소위 '총각 딱지떼기'를 장난이나 재미로 또래들과 집단 강간이나 폭행이 발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성별 분업에 기반한 가계 계승자로서 아들, 남편과 아버지의 의무와 책임에 따라 성별 고정관념이 강한 맨박스에 갇힌다"며 "성차별을 당연시하면서 여성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남성성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경제위기 속 가부장성 쇠퇴=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가부장성이 쇠퇴기를 맞는다. 지난해 전체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43.9%를 기록했다. 남성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고 노동 시장에서 여성이 경쟁자로 부상한다.

또 저출산 고령화, 비혼화 등으로 사회나 육아 돌봄 등에서 남성의 역할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 휴직율은 5.6%에 달했다. 100명 중 5명은 육아 휴직을 썼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성별 분업과 젠더 박스에 근거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깨고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남성성과 남성문화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남자도 울고 싶을 때 운다'=대안적 남성성의 지향점은 크게 다섯가지다. ▲맨박스(Man Box)에서 해방 ▲여성은 종속적인 존재가 아니다 ▲직장에서 여성은 동료일 뿐이다 ▲가정에서 가사와 돌봄을 권리로서 담당한다 ▲성차별(여성폭력)에 대해 방관자에서 참여자 되기 등이다.

고정관념과 강요된 남자다움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강 교수는 주장한다. 소위 '맨박스'를 통해 남자는 강하다, 울지 않는다, 여자를 소유한다, 남자다워야 한다, 지배하고 통제한다 등 고정관념에 갇히게 되는데 남자도 약하고 섬세하기도 하다, 울고 싶을 때 운다 등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또 아내와 자식을 소유물로 여겨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맞을 짓을 했다'고 하거나 남성의 성적 욕망은 강할수록 남성답고 실천은 권리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성폭력과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야한 옷을 입어서, 밤늦게 돌아다녀서, 술을 마셔서, 혼자 다녀서 등' 피해자 잘못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또 성차별에 대한 방관자 입장에서 적극 참여자가 돼야 한다. 평범한 남성들의 침묵은 차별과 폭력을 승인, 동조하는 것과 같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회적 문제가 아닌 '여성문제', '개인적인 집안일', '더 나아가 피해자의 잘못'으로 여기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선희 경계너머교육센터 대표는 "현재 한국은 남성중심의 성별정체성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한 불안과 회의를 여성에게 투사함으로써 폭력의 발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면서 "성평등·폭력 예방교육 현장은 남성들이 맨박스를 탈피해 자기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는 장이자 자기 저항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