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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人]내우외환 재계, 다시 떠오른 호암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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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트럼프 당선과 최순실 게이트라는 내우외환에 재계가 휩싸였다. 재계 총수들은 검찰 조사를 받고 일부 기업들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내년 경제의 저성장과 주력산업의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인사와 투자, 고용계획은 줄줄이 연기됐다. 정치 리스크에 경제가 홍역을 앓고 있다. 리더십이 사라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경제보국을 일군 '기업가정신'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돈 걱정 말고 서둘러라. 미국의 보복이 생각보다 빨라질 것 같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3라인을 완공(1988년 10월)하기 2년 전인 1986년 초. 삼성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 선대회장은 반도체 3라인 투자를 검토하던 팀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당시 팀원들은 '미국의 보복'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의 보복은 '무역제재'였다.
예견은 적중했다. 1987년 2달러도 안 됐던 256K D램 가격은 4달러를 넘었다.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25% 감축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삼성은 1988년 그동안 투자한 비용과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을 처리하고도 3200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73세의 나이에 위협요인이 많았던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기존의 기업가정신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오로지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다는 점에서 호암의 기업가정신은 '보국적'"이라고 말했다.

호암 사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속도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진이 남아있던 2009년 삼성은 그해 3분기 중 4조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9개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보다 2배가 많았다. 삼성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바일, 가전, 디스플레이 등 전 부문에서 글로벌 초일류의 반열에 올라섰다.
호암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80억달러에 미국 기업 하만을 인수, 신성장산업인 자동차전장부문에서 단숨에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매년 11월 다음 해 사업계획 세우느라 분주해야 할 기업들은 일손을 사실상 놓았다. 반기업정서가 다시 부각되면서 기업가정신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오는 19일 호암 서거 29주기를 맞아 호암의 기업가정신이 오늘날 한국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은 더욱 크다. 범삼성가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 있는 선영에서 29주기 추모식을 열고 호암의 정신을 되새긴다.

호암의 인재관은 최근 국내외 여러 상황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암은 1982년 9월4일 사장단 오찬회의에서 "발전할 수 없는 사람을 관찰해보면 세 부류가 있다. 첫째 어려운 일은 안 하고 쉬운 일만 하며 제 권위만 찾아 남만 부리는 사람, 둘째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 셋째 알아듣긴 해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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