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내치는 물론 외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 한편으로 '트럼프판 뉴딜'이 주목받는다. 약 1조달러를 인프라시설 확충과 개선에 쓰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미국의 인프라는 풍부하다. 일찍부터 국토개발에 나섰고 관련 기술이 발전했다. 그러나 워낙 넓은 국토에 수많은 인프라가 설치되다 보니 유지보수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시설물에 흠결이 많다는 것은 잠깐 돌아봐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인도나 차도 곳곳의 포장면이 뜯겨져 나가 이동하는데 불편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한다. 워낙 오래된 시설물이 많다 보니 간혹 붕괴사고가 일어나 참사를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노후 인프라 성능 개선을 위한 예산을 오랫동안 적정하게 확보하지 못했다. 긴요한 다른 분야의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접어든 시설물이 급증했다. 미국 토목학회의 분석으로는 인프라 평균 수준이 D등급에 불과하다. 2013년 보고서를 낸 미국 토목학회는 연간 4500억달러가 인프라 성능개선에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점에 착안했다. 인프라 개선과 확충이 생활편의를 높이면서도 일자리 창출 역할을 하는 데 제격이라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헛삽질'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실한 시설물로 인해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내년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적게 편성돼 있다. 복지와 국방 분야 등의 예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하철과 교량 등 주요 시설물이 1970년대부터 집중 확충되기 시작했다. 길게는 지어진 지 50년이 돼가는 시설물들이 늘어난다.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할 무렵에 설계도는 제대로 마련했는지, 그 설계도대로 시공은 했는지, 적절하게 시공했는지를 검사는 했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
실제 곳곳에서는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철거 등급을 받고도 계속 사용되는 시설물이 있는가 하면, 개통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은 서울 내부순환도로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생돼 올 들어 한동안 통제됐다. 아파트 단지 등의 작은 옹벽이 무너져내려 죄없는 행인을 숨지게 한 사례도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울은 타 지역보다 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개발과 도시화로 주요 인프라시설이 단기간에 집중 건설됐기 때문에 노후화와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SOC 안전을 제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형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은 이렇게 말한다. "똑바로 서있는 기둥 같은 물체는 수직력만 작용할 뿐 수평력이 없습니다.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수평력이 작용하게 됩니다. 안 넘어지게 하려면 수평으로 잡아주는 힘이 필요한데, 처음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에는 아주 작은 힘으로도 기울어짐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울어지는 것을 방치하게 되면 수평력이 커지고 기울어지는 속도도 빨라져서 그 힘은 감당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전도(Overturning)되고 맙니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자 물리적 현상을 끄집어낸 것이지만, SOC의 안전에 적용시켜 이해할 만한 얘기다. 그는 강조한다. 전도당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사태를 빨리 수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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