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내면이 낳은 감미로움

James Taylor - Sweet Baby James(1970)

James Taylor - Sweet Baby James(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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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의 대표주자 익스트림(Extreme)의 최고 히트곡은 감미로운 어쿠스틱 발라드 ‘모어 댄 워즈(more than words)’다. 부와 명예를 안겨준 노래지만, 베텐코트(Nuno Bettencourt)는 녹음 과정에서 기획사의 반대가 심했던 걸 기억한다. 록밴드의 발라드란 자고로 웅장해야 한다는 게 당시의 선입견이었다. 결국 한마디 들었다. “이건 제임스 테일러 흉내잖아!”


익스트림의 기획사가 그랬듯, 역시 통기타 소리를 들으면 제임스 테일러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런 테일러도 한때는 꽤 거친 록밴드를 했다. 커리어 초기의 테일러는 뉴욕에서 활동하던 플라잉 머신(Flying Machine)이란 밴드의 멤버였다. 1967년 밴드가 해체한 뒤 테일러는 영국으로 건너가 만난 런던에서 만난 피터 애셔(Peter Asher)의 도움으로 처녀작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를 냈다. 비틀즈가 세운 애플 레코드에서 음반을 낸 첫 미국 뮤지션이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뉴욕 시절부터 알게 된 마약이 발목을 잡았다. 중독 증세가 심해져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고통스런 치료 끝에 그는 피터 애셔의 도움을 받아 LA에 정착하며 음악활동을 재개했고, 여기서 워너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캐롤 킹(Carol King)이 피아노 앞에 앉았고 대니 코츠마(Danny Kotchmar) 등 플라잉 머신의 친구들도 세션으로 참여했다. 항상 테일러를 도왔던 피터 애셔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녹음 당시의 테일러는 머물 곳이 없어서 피터 애셔나 코츠마의 집을 오가며 신세를 지기도 했다.


힘든 시기에 만든 앨범이지만 목가적인 편안함을 주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통기타 위주의 소박한 사운드, 영어듣기평가처럼 또렷하고 멋진 저음, 편안한 멜로디 등 제임스 테일러의 진가가 모두 드러난다. ‘스윗 베이비 제임스(Sweet baby James)’나 ‘써니 스카이즈(Sunny Skies)’, ‘블러썸(Blossom)’ 등의 잔잔함은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추천곡인 ‘오 수잔나(Oh, Susannah)’에선 통기타 소리가 테일러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통통 튀고 미끄러진다. 가사 속에 반복되는 앨러배마, 루이지애나, 딕시랜드 등의 지명은 미국 전원의 풍경을 그리게 한다.

평온함만으로 이 앨범이 제임스 테일러의 대표작이 된 건 물론 아니다. 목가적 풍경 속에는 유머와 익살, 그리고 아티스트의 치열한 내면 등 다양한 모습이 도사린다. ‘스팀롤러(SteamRoller)’에선 끈적끈적한 블루스를 들려주고 ‘로 앤 비홀드(Lo and Behold)’의 능글맞은 박자는 잔잔한 트랙들 사이에서 도드라진다. 이 중 화룡점정은 ‘파이어 앤 레인(Fire and Rain)’이다. 곡의 멜로디는 무척 평화롭다. 싱글로 히트하면서 테일러를 스타로 만든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앨범의 어떤 곡보다도 처절하다. 이 곡에서 테일러는 정신병원 시절의 고통, 친한 친구의 자살에서 느꼈던 절망, 슬픔, 후회, 구원 등을 진솔하게 노래한다. 이 치열한 내면 고백은 감미로움과 다양성을 두루 갖춘 이 앨범에 깊이를 더한다.


그냥 듣기엔 무척 편안하고 듣는 이를 안심시키는 음악들이다. 하지만 이렇듯 완벽한 평화로움을 노래하기까지 테일러가 겪은 전쟁은 짧지 않았다. 결국 테일러는 승리했고 이 앨범을 통해 포크 시대의 선두주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 역시 중독을 이겨낸 사람은 강하다.



서덕

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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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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