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의 한은 '역할론'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순실 사태'에 따른 경제 비상 상황에서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순실 파문'으로 국정의 전반적인 리더십이 흔들리는 분위기 속에서 중앙은행인 한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비상상황일수록 한은이 해야 할 역할을 놓치지 않도록 정신 차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금은 흔들림 없이 묵묵히 우리의 역할을 할 때로, 여러가지 우리의 역할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한은맨의 변화를 촉구했다. 수출부진과 내수 침체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 사태'란 초유의 악재까지 터진데 대한 한은의 역할을 환기시킨 것이다. 이 총재는 특히 한은이 '물가안정', '금융안정'이라는 고유의 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을 뒷받침하는 주체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 들어 부쩍 한은맨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례적으로 열린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구조조정 등 통화정책 외의 안건을 다양하게 올려놓고 사고의 변화를 당부했다. 이보다 앞서 열린 지난 6월 '창립 66주년 기념식'에서도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 때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조직문화의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어느 때보다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자 이 총재의 시선이 단기적 통화정책보다는 중장기적인 경제정책 방향과 해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옮겨진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등을 통해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상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의 중앙은행은 고용문제를 운영목적에 명화화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부쩍 적극적인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이럴때 일수록 기존 틀에서 벗어난 적극적인 역할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부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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