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석, 최순실 게이트 정중앙에 놓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수출ㆍ내수ㆍ구조조정 등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지만 청와대의 경제관련 정책 조율기능이 마비국면이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의 추문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박근혜 정부의 '순장조'로 분류된 안 수석은 주 전 수석을 넘어 현 정부 최장 수석비서관 근무기간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른바 '비선실세'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당장 안 수석은 연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의혹과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곤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한 일간지가 칼럼을 통해 "안 수석은 긴장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추가 공세를 예고한 이후에는 더욱 난감한 모습이다.
안 수석이 현 정권 최대 스캔들로 기록될 '최순실 게이트'에 엮이면서 개인은 물론이고 그가 맡고 있는 정책조정기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정과제를 비롯한 현안을 조율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 대처에 집중하면서 그 기능 작동이 아예 멈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 지난 26일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현안만 점검했을 뿐, 심도있는 논의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도 열려 본 업무에 더욱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이기는 하지만 정책조정을 제외한 경제, 미래전략, 교육문화, 고용복지, 외교안보 등 나머지 수석들이 현안 조율을 위해 여는 5수석회의도 이번 주 열리지 않았다. 공식 회의체는 아니고 업무와 관련된 수석들이 참석해 의견을 주고받는 정도의 모임이지만 최근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청와대 직원들이 일손을 놓는 현상도 감지된다. 내부에서는 "각자 맡은 업무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집단적인 무기력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쏟아지는 의혹을 일일이 해명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한 참모는 "해당 부처와 업무를 조율하는 등 바쁜 건 변함없다"면서도 "맥이 풀린 것 같은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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