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신고전화 통합…신고는 빠른데 출동은 더 느려져?

긴급신고전화 통합 서비스 28일 전국 전면 시행...7월부터 시범 서비스...신고 접수·공동 대응 요청까지 시간 25~42% 줄어...반면 소방차,순찰차 현장 도착 속도는 느려져...정부 "교통 체증 등 다른 요인 때문"

119 신고센터.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교훈으로 300여억원을 들여 긴급 신고 전화 통합서비스를 시작한 후 신고 접수는 빨라졌지만, 정작 중요한 소방차ㆍ순찰차의 '골든타임' 준수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28일부터 전국에서 정부 각 부처가 운영해 온 21개 국민 안전 관련 신고 전화를 119(재난), 112(범죄), 110(비긴급 민원상담) 등 3개 번호로 합친 통합서비스를 전면 개시했다. 지난 7월1일부터 제주ㆍ광주ㆍ전남 지역에서 부터 시범 실시해왔고, 7월 15일부터는 전국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안전처가 긴급 신고전화 번호를 3개로 통합한 것은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교훈 때문이었다. 당시 최초 신고한 단원고 학생의 전화를 119, 122 등 각 기관 신고전화 서비스들이 신속ㆍ정확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엄청난 참사로 번졌다. 이후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긴급 신고 전화 통합에 착수했다. 어떤 사고ㆍ재난에도 빠른 신고와 접수, 관련 기관간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조속히 대응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통합 이후 신고 접수 자체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시범서비스 운영 결과 신고 접수부터 해당기관에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신고 1건당 85초에서 64초로 25%나 단축됐다. 또 신고 접수부터 공동대응 요청까지 걸리는 시간도 종전 건당 평균 382초에서 222초로 160초(42%)나 줄어들었다. 신고자 전화번호, 사고 위치 등 신고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ㆍ공유되는 시스템 덕분이었다.

경찰 순찰차.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DB

그런데 문제는 정작 현장에서의 소방차ㆍ순찰차 골든타임 준수율은 떨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평균 소방차 5분 이내 현장 도착률은 지난해 61.9%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58.5%으로 3.4%포인트나 감소했다. 경찰의 112 순찰차들도 1~7월 112 신고 접수 후 현장 도착 시간이 전국 평균 5분 21초로, 2014년 3분 55초에 비해 1분 26초나 늦어졌다.

정부는 불법 주차 차량과 교통 정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전국에 긴급 출동 차량이 진입하기 불가능한 지역이 올 상반기 기준 1490곳에 이르고, 시민들이 여전히 긴급차량 길 터주기 등에 익숙하지 않아 교통 정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경찰의 경우 측정 방식이 구두 보고에서 GPS 측정으로 바뀌면서 엄격해진 탓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을 활성화하는 한편 지자체 등과 협조해 긴급 출동 차량 진입 곤란 지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에 따른 기존 각 부처 운영 신고ㆍ상담 전화의 중복ㆍ예산 낭비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속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39(응급의료기관 정보 제공) 등 일부 전문서비스에 대한 부활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