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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절벽]"비싸면 안간다" 외식도 맛보다 가격…甲 위에 '값'

최종수정 2016.10.17 07:43 기사입력 2016.10.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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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경기불황이라 '가격' 따지는데…청탁금지법까지 시행돼 '엎친데덮친격'
여의도의 한 고급중식당. 손님이 없어 2개 홀 중 한개 홀은 아예 불을 꺼놓았다.

여의도의 한 고급중식당. 손님이 없어 2개 홀 중 한개 홀은 아예 불을 꺼놓았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2016년은 브랜드보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지난해 말 '트렌드 코리아 2016'을 출간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책에서 "브랜드 후광효과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면서 "브랜드는 뒷전이고 사람들이 내용과 품질, 가성비를 따진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트렌드 예고는 외식업계에서도 적중했다. 같은 가격이면 더 많이 먹으려는 심리가 경기불황에 더욱 크게 작용하면서 커피전문점에서는 '대용량'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음식점 등에서는 '무한리필'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이에 '가성비'를 내세운 음식점들은 전성기를 맞았다.

반면 고급식당이나 맛집이라도 하더라도 가격이 비싼 곳들은 외면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으로 외식업계에서는 가격에 더욱 민감해졌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성비 소비 바람에 올해 외식업계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곳이 더본코리아다. 축산물 무역, 도소매업, 소스제조업까지 운영하는 방식으로 식재료 공급 단가를 낮추는 한편 메뉴는 대중적인 입맛을 파고들었던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특히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방송 등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그의 인지도에 편승해 식당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더본코리아 전체 매장 수는 2014년 말 기준 544개에서 지난해 말 1046개로 1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저가커피 빽다방은 2014년 25개에서 지난해 415개로 늘었다. 연내까지 매장은 700여개까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에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는 쥬씨도 올해 가성비에 힘입어 매장이 급격히 늘었다. 쥬씨는 지난해 말 280여개 매장에서 올 3분기까지 매장 650여개로 130%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쥬씨와 빽다방 등 저가음료의 성장 이면에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계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각자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가성비 좋은 메뉴들을 내놓아 차별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타외식업체들도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일단 가격이 비싸면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에서 음식 가격 상한선을 3만원으로 제한하면서 맛보다 '가격'을 따지는 트렌드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한 대형 외식브랜드가 운영하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매출이 50% 가까이 줄었다. 이곳 관계자는 "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기업 고객들이 많았는데 청탁금지법 이후 법인카드 사용을 크게 줄이다보니 법 규제 대상자가 아닌 고객들까지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시내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들도 가격이 3만원 이상이면 여지없이 타격을 받았다. 코스요리로 판매하는 한식당은 물론 일식당, 중식당 등은 저녁 예약이 크게 줄었다. 여의도의 한 일식전문점 관계자는 "저녁 예약을 받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이들이 호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국내 특급호텔들도 중저가 메뉴들을 출시하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세종호텔은 1만원부터 시작하는 테이크아웃 도시락 6종을 내놨으며 워커힐호텔에서는 중식당 금룡과 한식당 명월관에서 이미 3만원 이하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파크하얏트서울 역시 3만원대 이하 메뉴를 판매하고 있으며 서울가든호텔은 뷔페 레스토랑 라스텔라에서 점심메뉴를 2만9700원에 내놨다.

고급식당에서도 '가격할인' 바람이 불고 있다. 평일 점심 3만6000원에 씨푸드뷔페를 여는 여의도의 한 스시전문점은 2만원대로 낮춰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며 인근의 한우전문점에서도 1만5000원짜리 메뉴를 3000원 내린 1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한 프랜차이즈 불고기전문점은 다음달 30일까지 클라우드 생맥주 또는 하우스 와인을 별도의 시간 제한없이 1인 4900원에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화되는 경기불황으로 외식할 때 고려 1순위가 가격이었는데, 최근 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되면서 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면서 "외식ㆍ호텔업계가 대안이 될 만한 다양한 메뉴를 기존 가격대보다 낮춰 내놓고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가격인하 효과를 이끌어내는 등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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