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노선 증편 위한 '고육책'
탑승률 80%의 비밀은 '연료 무게'에 있다. 전세계 모든 공항은 비정상 운항 상황을 대비해 정량 이상의 추가 연료를 탑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상악화나 공항 트래픽 집중으로 인해 대체공항으로 이동하거나 복행(회항) 등의 대처를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 LCC인 에어부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어부산은 기장들 사이에서 '힘든 비행'으로 손꼽히는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에서 최대 탑승인원의 80%까지만 채우고 비행한다. A321-200 소형기종을 투입하는 이 노선에서는 탑승률이 80%를 넘어서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착륙 무게 제한이 있어 연료 무게를 무제한 늘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들은 중장거리 노선에서 엔진 여력이 큰 중대형 항공기를 띄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할 여력이 안되는 LCC들은 연료무게를 확보하기 위해 탑승객 수를 인위적으로 줄여 승객과 화물 무게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탑승률 80%의 룰은 소형기로 장거리 국제노선을 띄우기 위한 LCC들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소형기를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것이 비행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주항공의 경우 연료 탑재량을 줄이기 위해 푸껫발 인천행 노선에서 대체공항을 가까운 김포공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두 공항은 기상여건이 비슷해 대체공항으로서 의미가 없다.
올해로 출범 11년째를 맞는 LCC가 시장 점유율 20%를 목전에 둘 만큼 성장한 배경은 국제노선 증편이 큰 몫을 했다. 구입과 운영비가 적게 드는 소형기의 도입대수를 늘려 박리다매형 운영전략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LCC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하늘길 포화로 시장이 한계에 도달했고, 새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중장거리 국제노선에도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진 여력에 한계가 있는 소형기를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비행안전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LCC가 국제노선 수송 점유율 20%를 담당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A330-300 같은 중형 항공기 도입 등의 사업모델 재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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