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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출로 아동보호소에 맡겨질 아이 살려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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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보건복지부 복지서비스 우수 체험수기 공모에서 대상 수상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2015년 1월 어느날 오후 도움이 절박하다고 하소연 하는 40대 중반 남성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박모씨는 마을에 있는 어느 고시원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 혼자만 살 것 같으면 전화도 하지 않았을 텐데 남자 어른들만 이용하는 그 고시원에 이제 1학년 밖에 되지 않은 어린 딸을 데려다 놓고 있다고 했습니 다. 직업은 타일 까는 일을 하는 미장공인데 소영(가명)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참 고민을 한 끝에 결국 어린 딸 아이를 아동보호소에 6개월간만이라도 맡기고 일을 나가야 겠다고 결정했답니다. 딸 아이에게도 말해 두었다고 합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묻습니다. 아동을 시설에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 겨울 아이를 시설에 보내겠다고 하는 아빠의 사연은 또 어떤 것이었을까요? 궁금해서 아빠와 딸 아이를 만나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허락 후에 고시원에서 아빠와 어린 딸을 만났습니다. 엄마는 북한이탈주민이었습니다. 북한에 본 남편을 두고 남한에 혼자 내려와 지금의 아이 아빠를 만나 동거 생활을 했고 딸을 낳았습니다. (중략)

아이 엄마는 다툼이 점점 심해져 이제는 남편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과 함께 살지 못하겠다며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가달라고 매일 성화를 부리는 일상이 계속 되었습니다. 아빠는 엄마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유흥업소에 계속 출입하고 있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딸과 엄마만이라도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아빠는 집을 나와 다른 마을에 있는 고시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도 딸에 대한 걱정으로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아이의 안부를 확인 하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엄마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집을 나가기로 했고 집을 주택공사에 돌려주었으며 딸 아이는 당신 아이이니 아이를 와서 데려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짐은 옆집에 맡겨 놓았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었으나 오갈 데 없어진 딸 아이를 데려올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좁은 고시원방에서 아빠와 딸만 얼굴을 마주 보게 되었습니다. (중략)

동주민센터에서 서둘러 방문상담을 하고 아빠와 딸이 당면한 현재 상황을 점검하였습니다. 경제적인 문제, 자녀의 교육문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딸아이의 성(姓)은 여전히 엄마의 성을 따르고 있어서 가족관계를 정리하고 친권을 실제 양육하게 된 아빠에게로 가져오는 문제, 엄마와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것에 대한 마음의 상처로 인한 심리적 외상 등 복합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동주민센터의 자원만으로는 시기적절한 대처가 어려워 구청 통합사례관리 선생님에게 의뢰 하였습니다.(중략)
박씨 부녀을 도운 태능성서침례교회 후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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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일하러 가는 동안에 어린 딸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하였습니다. 필요한 기관은 방과 후 돌봄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아동센터였습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교실과 마을 한복판에 자리잡은 지역아동센터 두 곳을 추천 받고 아빠가 최종적으로 마을에 있는 지역 아동센터를 선택하여 아빠가 일하고 돌아 오기까지 지역아동센터에서 딸이 안전하게 머물수 있었습니다. (중략)
시간이 흐를수록 아픔의 정도는 점점 더 옅어 지고 그 마음의 깊은 상처까지는 흔적을 남길 수 밖에 없었지만 일상의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그 누구에게도 영향 받지않고 유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성실함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 하였습니다. 낙천적이고 밝은 아이의 원래의 성격으로 딸 아이는 새로 진급한 학년에서는 학급회장이 되었습니다. 반장이 된 딸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빠가 멋쩍어 모습은 주변에서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하였습니다.(중략)

이즈음에 마침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는 여자 교인들 5명이 후원 그룹을 만들어 딸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재중인 엄마의 역할을 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아빠가 어려워하는 여자 아이 옷사기, 그리고 앞으로 나타나게 될 소녀로서의 2차 성징, 그리고 아직도 아이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 엄마와의 아픈 기억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도시의 섬집 아이는 그렇게 점점 더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섬집 아이는 마을의 딸이 되었습니다. 마을 모두가 딸아이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10년 후 우리는 어떤 아이를 만나게 될까요? 사랑으로 하나된 우리는 두근거리지만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립니다.

윗 글은 서울 노원구(구청장 김성환)가 보건복지부 주최 '2016년 읍면동 복지허브화 성공적 추진을 위한 사회보장급여 이용·제공 체험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례를 적은 것이다..

이번 체험수기공모는 보건복지부에서 8월 한 달 간 전국 지자체 및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지역사회보장 및 민관협력 활성화 등으로 사회보장급여의 도움을 받아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거나 어려운 이웃을 발굴·지원한 사례를 도움을 받은 사례와 도움을 준 사례 두 분야로 나누어 체험수기 공모가 진행됐다.

노원구는 총 22편의 사례를 응모,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 총 6편의 사례가 선정됐다.

‘도움을 받은 사례’ 분야에 대상을 수상한 공릉동 박모씨 사례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가출로 인해 자녀양육과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되고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어 자립하는데 힘을 준 주변 이웃들의 따뜻한 사랑을 수기에 담았다.

대상을 수상한 공릉1동 강준희 주무관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아이 아빠가 진실하게 열심히 살아주어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딸과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지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모씨 딸에게 엄마처럼 돌봄의 손길을 주고 있는 신원정씨(공릉1동)는 “소영(가명)이가어려운 환경임에도 성격이 밝아 우리 아이들과도 잘 놀아 좋다”며 “아이 아빠도 여자 옷 사는 거라든가 김치가 필요하다든가 도움이 필요한 것을 바로 말을 해주니까 오히려 편하고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며 “박양의 사례처럼 위기에 처한 아이를 돕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며 “민·관 협력을 강화해 한부모 등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돌보고 살피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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