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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를 장착해 타인을 쏘는 '팩력배(팩트폭력배)', 온라인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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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로 등장…"사실을 말한건데 왜?" "감추고싶은 것 드러내 남 괴롭혀도 되나" 논란

그림=오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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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ㅇㄱㄹㅇ(이거레알의 자음만 쓴 말,'이거 진짜임'의 뜻), ㅇㅈ?('인정'의 자음만 표기), 00알못(00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한 때 유행했던 인터넷용어들이다. 요즘 이들만큼이나 부쩍 눈에 자주 띄는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했다. '팩트폭력' 하지만 별 의미가 없이 쓰던 인터넷용어들과 뭔가 좀 다르다.

팩트폭력은 팩트(fact, 사실)에 입각해서 타인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는 행위다. 이 모습이 마치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여 '팩트폭력'이다. 돌직구, 촌철살인이랑 비슷한 맥락이다. 요즘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팩트'를 장착한 채 공격한다=팩트폭력에는 비판적 요소가 필수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묘하게 타인이나 사회를 풍자하거나 지적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팩트폭력의 태생은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관련 온라인커뮤니티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나 평가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때 비꼬는 형태로 쓰인다. 여기서 "SNS답게 팩트가 아닌 선(S)동과 날(N)조로 승(S)부하자"라는 풍자가 담긴 유행어도 나왔다.

이후 '팩트폭력'은 점점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됐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진=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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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이 올린 팩트폭력이라며 올린 헬스장 광고 사진이다. "이제 못생기기만 하세요"라는 말의 뜻은 다이어트를 하면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날씬해질 뿐이다'라는 의미다. '살을 빼도 당신은 예쁘지 않다'라는 공격이 담겼다. 슬프지만 반박하기가 힘든 말, '팩트폭력'이다.

사진=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팩트폭력 관련 게시물. 조회수가 만건이 넘었다.

사진=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팩트폭력 관련 게시물. 조회수가 만건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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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언론,기업의 유착관계를 다룬 영화 '내부자들'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정치인들에게 팩트폭력을 한 영화가 됐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 개·돼지 발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 넥슨-진경준 게이트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거의 실제 한국 현실과 비슷한 부정부패의 내용을 들춰 낸 셈이 됐기 때문이다.

팩트폭력에 이어 팩트리어트(팩트폭력으로 공격하는 행위를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본딴 말),팩력배(팩트폭력을 하는 사람,'폭력배'와의 합성어),팩트폭격(팩트폭력을 행하는 행위)등 다양한 파생어도 등장했다.

◆유머와 언어폭력 사이 그 어디쯤= 하지만 팩트폭력은 잘못된 언어폭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이 담긴 주관적인 글에도 '팩트'라고 말하며 상대방을 비하하는 게시물들도 제법 눈에 띈다.

각종 온라인게시판에 올라온 팩트폭력 게시물엔 "면접 탈락한 건 니가 너무 뚱뚱해서다" "그렇게 말해도 넌 서울에 대학,직장,집 아무것도 못가질 사람이다" "뱃살은 원래 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넌 너무 많아" 등의 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팩트폭력이라는 재치있는 말로 포장됐지만 실제로 당하면 상처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진='댓글 팩트폭력.jpg'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 댓글로 상대방을 공격하자, 또 다른 댓글이 이 자체를 팩트폭격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진='댓글 팩트폭력.jpg'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 댓글로 상대방을 공격하자, 또 다른 댓글이 이 자체를 팩트폭격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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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온라인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한다는 변모(25)양은 "요즘 팩트 폭력이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댓글로 '팩트폭력'을 당할 때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진실을 몰라서 물어본 것이 아니라 위로받고 싶어서 질문할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팩트폭력은 과거 '독설' 개념과 비슷하다. 하지만 독설은 남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했던 반면 팩트폭력은 좀 더 대중적인 것 같다"고 봤다.

"인간의 본능에는 생(生)과 사(死)가 있는데 '사'는 공격성을 띠고 있다. 즉 남을 공격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 것인데, 이런 것이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남을 대놓고 공격하는 것은 범법행위가 될 수 있으니까 팩트를 가장해서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가 개인주의적으로 변하면서 배려심이 약해졌다. 특히 온라인에선 시공간 개념이 불분명해 남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기 더욱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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