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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국을 파멸시킬 폭탄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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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정치경제부장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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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20016년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서민이라면 그렇다.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칭하는 이들은 억울한 심정으로 눈가가 젖는다.

언제부터인가 일로부터의 자유를 원하지 않게 됐다. 일할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삶을 계획하지 못하게 됐다. 언제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자야 할 지 본능에 충실할 수 없다. 재깍재깍 흘러가는 시계에 복종할 뿐이다. 세상은 과학적이 됐다는데 삶은 기계적이 됐다.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나름 최선을 다했다. 수십 년 월급을 모아 수도권에 자그마한 집을 마련했다. 그런데 내 아이는 흙수저 부모의 노력을 토대로 '강남'에 진입할 수 있을까. 우울하다.

한국사회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9월 국정감사 기간은 내장이 아리다 못해 뒤집어진다. 포털사이트에는 '미성년자 보유 상장회사 주식현황'이 주요 뉴스에 오른다. 미취학 어린이들이 보유한 주식 총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한단다. '열심히'라는 표현은 무색하다. 유치한 줄 알면서도 애먼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른다.

믿지 못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불평등 해소를 외친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어제도 오늘도 외쳤고 내일도 동어반복일 게다.
진보의 상징인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불평등 해법이 간단하다"고 한다. 최고임금을 낮추고 최저임금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보기 좋은 떡이다. 감상하기 좋은 그림이다. 1998년 외환위기로 심화된 양극화다. 20년 가까이 흘렀다. 못 고친 건지 안 고친 건지 조차 헛갈린다. 정치권을 바라보면 "그 동안 뭐했냐"고 묻고 싶다.

신뢰하지 않으니 대화하지 않는다. 정치에서 대화는 문답이다. 질문에는 행위가 없지만 답은 실천이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체감할 수 없는 정치는 무의미하다. 기대하지 않으니 묻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에 괜히 숟가락 하나 얹어봐야 득 될 것이 없기에 입을 열지 않는다.

대화가 없으니 진실한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없다. 사회관계망(SNS)은 인적교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소외되지 않기 위한 민초들의 치열한 몸부림이다. 쉬운 네트워크 방식이 최선이 아니다. 알고 있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이 방식을 취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스크린이 익숙해진 만큼 면대면(面對面) 접촉은 미숙해졌다. 인간 본성의 교류가 어색해졌다. 인적 네트워크는 갈수록 협소해진다.

외롭지만 분노하고 싶다. 하지만 배출할 장소와 시간, 방법을 모른다. 쌓아온 온라인 네트워크가 무용이다. 켜켜이 묵은 불만이 외로움과 결합해 팽창력을 키워가지만 스스로 불안하다. 언제 어디로 어떻게 분출될 지 가늠조차 안 된다.

헬렌 켈러는 "인간의 품성은 평안하고 조용하게 개발되는 게 아니다.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 심령은 더 단단해지고 꿈이 자라며 뜻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위안을 삼고 싶다. 그녀는 1880년에 태어나 1968년에 운명했다. 인터넷은 1990년대에, 아이폰은 2007년에 처음 선보였다. 부의 양극화는 21세기 들어 극대화되고 있다. 지금이라면 그녀는 어떤 말을 했을까.

가난은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기술적 문제여야 한다. 천형이나 운명이 되면 희망은 사라진다. 희망 없는 사회의 분노는 불확실성을 낳는다. 분노가 폭발할까 말까의 불확실성이 아니다. '시점'의 불확실성이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우리 내부의 시한폭탄부터 해체할 때다.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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