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올해 9월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5%다. 2012년(3.25%) 이후 기준금리는 4년간 2%포인트나 떨어졌다. 재정지출액 규모는 2011년 304조4000억원에서 올해 39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돈의 흐름을 원활히 해 실물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의도다. 하지만 최근 '돈맥경화' 상황을 보면 유동성만 쏟아부을 뿐 실물 경제의 활력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지난 5월 3.0%, 6월 2.2%로 소폭 회복세를 보이는가 했으나 7월에 -12.3%로 곤두박질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 수요의 절대적인 부족이 여전히 설비투자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하반기 산업 구조조정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향후 경기 회복 가능성도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중단 등으로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지난 5월 5.4%, 6월에 9.0%까지 상승했으나 7월에는 4.3%로 내려앉았다. 소득이 늘지 않아 구매력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감세 정책 종료와 함께 소비절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 경기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소비재수입액 증가율은 6월 4.6%에서 7월 -4.4%로 급락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지난 1월에 전년 동기 대비 33만9000명에서 7월 29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14만5000명 증가에서 6만5000명 감소로 돌아섰다.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0.9%, 4분기 -1.0%, 올해 1분기 -1.1%, 2분기 -0.6%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근로자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2012년 5.3%에서 2013년 3.9%, 2014년 2.5%, 지난해 3.5%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 구조조정 본격화로 인한 노동 수요 감소 등이 임금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과 가계 모두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최근 경기는 그나마 건설이 떠받치고 있다. 지난해에 평년의 두 배 규모인 52만가구의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데 이어 올해도 분양 열기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수요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고 과열의 신호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입주량이 몰리는 내년부터 오히려 부동산 경기 경착륙을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이는 가계 소비의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 보면 저금리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소득세 징수 실적은 2조5189억원으로 전년보다 12.9% 줄었다. 2012년 3조5141억원에 비해 28%가량 쪼그라든 것이다. 별다른 소득없이 이자소득에 의지해서 생활하는 고령층에겐 치명타다. 가계의 이자소득이 줄어들면 그만큼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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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숨어드는 돈은 많아지고 있다. 김종회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며 2014년 기준으로 16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7개국(G7) 평균 6.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학회장)는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에서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저금리 기조를 바꿔서는 안 되며 임금을 늘려서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출을 위해서는 고환율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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