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초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11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며 시중에 돈을 풀고 있지만 돈을 아무리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34.8회였던 회전율은 2011년 34.2회, 2012년 32.7회, 2013년 28.9회, 2014년 26.7회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회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33.0회) 회전율의 3분의 2 수준인 24.3회에 그쳤다.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낮은 것은 초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불확실한 경기 상황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시중통화량(M2ㆍ광의통화)은 2352조2451억원(평잔ㆍ원계열)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요구불예금에 정기예ㆍ적금 등 저축성예금을 합한 총예금(말잔)도 지난 7월 1194조2028억원을 기록, 1년 만에 78조2657억원이나 불었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현금의 신용창출 지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통화승수는 17.3을 기록했다. 비록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16.9)보다는 0.4포인트 높아졌지만 1년 전 7월 18.0보다는 0.7포인트 낮아졌다. 통화승수가 하락했다는 것 역시 한은이 자금 공급을 늘려도 경제주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묶어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갈수록 심해지는 '돈맥경화' 현상은 최근 한은이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이하로 완화된 금융여건이 자산시장 이외의 실물경제를 개선하는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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