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경찰서도 CCTV 제대로 확인도 않고 회유·협박
-가방 회색 안감으로 밝혀져 결국 누명 벗었지만 치 떨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아줌마, 훔친 것만 인정하면 가게에 배상하고 없었던 일로 될텐데 아줌마들이 아니라고 하면서 일 벌린 거 아녜요! 영상 다 확보돼 있는데 지금 이래도 안 훔쳤다고 할 거에요? 아줌마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부잣집 사모님들도 돈 상관없이 1000원, 2000원짜리 훔치고 그러거든요? 저기 자전거랑 책도 아줌마가 다 훔친 거죠? 아줌마가 이런 책을 읽을 리가 없을텐데. 옆에 아줌마 동생도 공범으로 의심되네요."
너무나 억울했지만 경찰들은 이씨 자매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노원지구대 경찰들은 상점 내부의 CCTV를 확보했다며 이를 보면 분명히 티셔츠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훔쳐간 물건이 정확히 어떤 티셔츠인지 상점 주인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이씨의 언니를 절도범으로, 이씨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더욱이 경찰, 상점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언니가 실수로 주인의 휴대전화를 자기 가방에 넣었는데 이를 두고 경찰이 보는 앞에서까지 절도한 간 큰 여자로 몰아갔다. 언니의 것보다 상점 주인의 휴대전화가 더 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경찰은 '대충 합의를 해서 돈 조금 물어주면 넘어 갈 수 있지 않느냐'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회유까지 했다. 그러나 이씨 자매가 계속해서 무고를 주장하자 지구대에서 사건은 노원경찰서로 넘어 갔다.
경찰서에서도 처음에는 이씨 자매의 행동은 절도로 보인다며 검찰에 기소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CCTV를 일일이 본 뜬 사진들을 살펴보니 사라진 물품으로 추정되는 회색 티셔츠가 당시 언니가 갖고 있던 가방 안감과 유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언니가 휴대전화를 꺼내기 위해 가방을 열고 닫으면서 마치 회색 물건을 넣은 것처럼 보인 것이다. 결국 이씨의 언니는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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