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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멧돼지'의 출몰…성묘길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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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태계 파괴로 개체수 급증...인명 피해도 종종 발생...빨간 우산·등산복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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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해 11월 21일 경북 한 야산에서 남편과 함께 등산을 다녀오던 이모(당시 57세)씨가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 등산로 인근 숲에서 갑자기 멧돼지가 나타나더니 허벅지와 종아리 등을 문 뒤 달아났다. 이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 출혈로 숨지고 말았다.

최근 들어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야생 멧돼지 주의보'를 내렸다. 농작물 피해는 물론 이씨의 사례처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만약 추석 연휴를 맞아 성묘 또는 등산을 다녀오던 중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침착하게 눈을 바라 보면서 피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멧돼지가 싫어하는 빨간색 우산을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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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돼지 개체수 급증

2015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에 따르면, 멧돼지의 서식도는 2011년 100㏊당 4.0마리, 2013년 4.2마리, 2015년에는 5.0마리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역 별로는 전라북도가 8.7마리로 가장 높고, 경남도 6.6마리, 강원도 5.4마리 등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도가 2.2마리로 가장 적다.
멧돼지는 겨울(12∼1월 사이)에 짝짓기를 하며, 보통 암컷 1마리가 수컷 여러 마리를 거느리고 산다. 교미를 마친 암컷 멧돼지의 임신기간은 120일 내외로 (5월경)에 3∼10마리의 새끼를 낳고, 암컷이 새끼를 양육한다. 한 멧돼지는 잡식성 동물이지만 식물성 먹이를 주요 먹이로 삼는다. 밤과 벼를 좋아하고, 사과와 고구마, 옥수수, 콩 등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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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습격한 멧돼지

서울시의 집계 결과 올 상반기 서울의 멧돼지 출몰 횟수는 총 80건으로, 이틀에 한 번 꼴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북한산 인접 6개 자치구에서 93% 출몰했다. 가장 많이 출몰한 곳은 종로구다. 올해 6월 말 현재 최근 5년간 219건으로 전체 623건의 35.2%를 차지했다. 이어 은평구 17.5%(109건), 성북구 14.3%(89건), 서대문구 9.6%(60건), 도봉구 9.3%(58건), 강북구 7.7%(48건)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도심 멧돼지 출현 횟수는 2012년 54건에서 2013년 135건, 2014년 199건, 2015년 155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엔 상반기에만 80건으로 나타나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기동포획단을 꾸려 올 상반기 동안 38마리를 포획하고 북한산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등 안전 조치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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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 사라진 숲, 멧돼지가 주인

멧돼지의 개체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은 호랑이ㆍ늑대 등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반면 잡식성으로 생존력이 뛰어난 데다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한꺼번에 새끼를 여러 마리 낳는다. 10마리 넘게 낳는 경우도 흔하다. 호랑이나 표범이 사라진 뒤 국내 육상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에 오른 멧돼지는 번식력을 앞세워 급격히 수를 불리고 있다. 최근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마을 안삽재길에서 수십 마리의 새끼 멧돼지가 어미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관심을 끌었다. 개체수 증가는 영역 다툼으로 이어지고, 결국 경쟁에서 밀린 개체가 산에서 내려와 사람까지 공격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 성묘길에 멧돼지를 마주쳤을 때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운 무엇보다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보여선 안 된다. 상대가 직감적으로 겁을 먹은 것으로 알고 공격해오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저돌(猪突)적'은 멧돼지(저 : 猪)처럼 앞 뒤 가리지 않고 밀고 들어온다는 뜻에서 쓰이고 있는 것처럼 성격이 급하고 포악하다.
따라서 성묘나 등산 때 멧돼지가 나타나면 섣불리 행동해선 안 된다. 더욱이 멧돼지를 물리친다며 돌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공격하는 짓을 절대로 해선 안 된다.

산 속에 있어 멧돼지가 나올 만한 성묘길에 간다면 비가 안 오더라도 우산 하나 챙겨 가라. 멧돼지를 만났을 때 우산을 들고 있다면 펼쳐서 몸을 가리면 시력이 나쁜 멧돼지는 이를 바위로 착각할 수 있다. 뒤 돌아서 등을 보이며 달아나거나 겁을 먹으면 공격당한다. 눈이 마주칠 경우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멧돼지는 빨간색을 싫어하므로 등산을 갈 경우 옷을 붉은색으로 입는 것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요령이다. 붉은 옷을 입지 않았다면 붉은 색깔의 큰 보자기나 깃발, 우산 등을 펼쳐도 멧돼지는 피해서 간다. 또 빨리 숨거나 대피하는 게 상책이다.
여러 명이 단체로 야생 멧돼지를 봤을 땐 빨리 119로 빨리 신고해 도움을 요청한 뒤 부근의 바위 뒤에 숨거나 도망가는 게 좋다. 산에선 비탈진 곳을 올라가서 도망가지 말고 내리막으로 뛰는 게 오히려 낫다.

또 성묘때 산소에 술을 뿌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멧돼지로부터 공격 받을 수 있다. 멧돼지는 개처럼 후각이 아주 발달해 술 냄새를 맡고 묘지를 마구 파헤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먹을거리가 적은 산속의 굶주린 야생멧돼지는 거리가 아주 먼 곳에까지 술 냄새를 맡는다.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짝짓기 기간이어서 공격성이 매우 높다. 이미 새끼가 있는 멧돼지도 보호 본능이 강해 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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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돼지는?

멧돼지과에 속하며 가축화된 돼지의 조상 종이기도 하다. 집이나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가 우리를 벗어나 산으로 달아나면 새끼를 낳아 한세대 만에 자연에 적응, 사나운 맹수로 바뀐다. 고기는 사람이 먹을 수 있어 사육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12간지 중 멧돼지띠를 쓰지 않고 돼지띠를 쓰며 일본은 돼지띠를 쓰지 않고 멧돼지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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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1~1.8m, 어깨높이 0.45~1m, 몸무게는 100~300kg이다. 머리는 원뿔형으로 크고 몸과의 구별이 확실하지 않다. 네 다리는 짧고 가늘며 겉보기와는 달리 빨리 달린다. 몸색은 어두운 갈색에서 엷은 갈색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많다. 아시아 멧돼지는 머리 꼭대기로부터 등 중앙에 걸쳐 긴 센털이 많이 나 있다. 그러나 유럽 멧돼지는 털이 그다지 발달해 있지 않다. 또 아시아계의 멧돼지에는 윗입술로부터 볼에 걸쳐 흰털의 선이 있으나 유럽계의 멧돼지에는 없다.

멧돼지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다. 아래턱 쪽 송곳니는 일생 동안 자라 큰 엄니가 된다. 엄니는 칼날 같아 적을 공격하거나 위험에 부딪혔을 때 '무기'로 쓴다. 셋째와 넷째 발가락으로 몸을 지탱하며 둘째와 넷째 발가락은 퇴화해 땅에 닿지 않는다. 코뼈는 가늘고 길며 잘 발달되어 있어 땅 속 먹이를 파내는 데도 알맞다. 위는 소와 달리 되새김위가 아니다. 장(腸)의 길이는 몸길이의 15배로 사람(8배)의 약 2배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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