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목받는 소탈·겸손 리더십…비서 동행 없이 홀로 출장, '인간 이재용'이란
'책임경영'에 대한 선언이라는 평가가 줄 잇는 가운데 '이재용의 삼성'은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인간 이재용'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2013년 1월9일 김포공항 출국장. 낡은 출장용 가방을 끌고 나타난 이 부회장 모습에 사람들은 다소 의아해했다. 2012년 12월 부회장 승진 이후 첫 번째 외국 출장길이었지만 전혀 소란스럽지 않았다. 간편한 세미 정장 차림에 수행원도 한명 없었다.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에 이 부회장은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서울 서초동 삼성본사 지하 구내 미용실은 삼성 직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남성은 직원가로 1만원대에 이발할 수 있다. 이 부회장도 이곳 단골 이다. 간편하게 이발을 끝낸 뒤 길을 나서는 모습은 일반 삼성 직원과 다를 바 없다.
"그냥 앉아 계시라"는 주문이었다. A 계열사 대표는 "이 부회장이 만류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곤란한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왜 하지 말라는 것을 계속합니까." 해외 사업장 출장에 동행했던 '법인장'은 이 부회장 한마디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의전의 일환으로 계속 따라다녔지만, 이 부회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의전이라는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을 그려볼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에 관련한 대국민 사과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본인이 직접 나서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책임경영'은 그렇게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7 문제의 해법으로 '전량 교환'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보며 과감하게 결단하는 삼성의 지향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대표이사까지 맡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7일 임시주총을 열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등기이사 효력이 발생하고, 이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자격을 갖추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등기이사는 누구나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예전에는 대표이사만이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었지만 이사회 이사라면 누구에게나 의장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지금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우선은 등기이사부터 선임되는 것이 수순"이라며 "아직 이사회 의장이나 대표이사 선임 문제는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