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만년 2등이었다. 어릴 적부터 시작한 원반던지기 여자 육상선수였지만 20살 마지막 전국체육대회 출전 때까지 2등을 벗어날 수 없다. 육군 3사관학교 진미은 중사의 이야기다. 2등에 지친 진 중사는 '교육자의 길'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 대구대학교 체육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진 중사는 27살의 나이에 우연히 여군 부사관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무턱대고 입대를 선택했다. 입대 후 새로운 길은 계속 열렸다. 2013년도에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선수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육군 5종선수 출전에 도전장을 냈다.
믿음은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치뤄진 대회에서 진 중사는 선수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장애물 릴레이 달리기(500m)에서 메달을 수여했다. 동메달이었지만 평생 받아온 은메달 보다 뜻 깊었다. 이어 개인부문에서 은메달, 300m 표준소총사격에서 동메달도 획득했다.
군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대회를 마친 진 중사는 7사단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군은 육군 3사관학교로 발령했다. 3사관학교에는 대회당시 장애물경기장이 있고 이 경기장에서 사관생도들이 교육을 받기 때문에 교관 임무를 맡아달라는 의미였다.
이 훈련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각종 무기 훈련을 비롯해 헬기 레펠, 하천 도하 등을 통과해야 한다. 마지막 주 4일 코스는 지옥훈련의 하이라이트로 저고도 헬기 이탈, 수상 은밀 침투 등 각종 유격 전투 기술이 1분 1초 휴식시간도 없이 이어진다. 4일 동안 수면시간은 산에 매복하면서 쪽잠을 잔 것이 전부다. 결국 진 중사는 제66주년 여군의 날을 나흘 앞둔 지난 2일 여군으로는 처음으로 휘장을 달았다. 전군에서 147명이 도전장을 냈지만 진 중사를 포함한 여군 2명, 남군 34명만 수료했다.
진 중사는 "3사관학교에서도 '레인저' 휘장을 단 군인은 3명밖에 없어 생도들 앞에서 설 때면 자랑스럽다"며 "군복을 입은 이상 여군과 남군을 구별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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