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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이 가을에 하면 좋을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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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한 차례 지나가더니 어느덧 가을이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작열하는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누진세가 적용되는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틀어야 하나 망설였다. 그런데 찬바람 한번 불었다고 그게 언제적 일인지 가물가물 한 것을 보면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서야 현실을 직시할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봄ㆍ가을이 갈수록 짧아진다고 하는데 이 또한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 뻔하니 한번 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이 가을에 나름 해야할 일을 목록화 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형 유통사가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경영비리로 임원과 총수 일가가 연일 검찰에 줄소환되는 와중에 한 임원이 불측의 자살로 어수선하고 국내 1위 국적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경제상황이 날로 심각한데다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 부르는 언론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한가하게 가을 타령이나 하는 것이 뜨악하지만 그렇더라도 잠시 머리를 식히는 여유가 영 사치는 아닐 거라 위로해 본다.

가을을 즐기려면 먼저 가을이라는 단어의 연관 이미지부터 떠올려야 할 터. 몇 해 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역시 '단풍'을 꼽았다. 자연스럽게 단풍놀이로 이어진 설문에서 많은 이들이 설악산과 내장산, 지리산을 가을여행지로 추천했다. 음식으로 치면 전어구이가 갑이다. 대하구이와 꽃게탕이 뒤를 이었지만 가을 전어를 이기지는 못했다. 높은 산에는 못가더라도 잠시 짬을 내 뒷산이라도 오르고 가까운 포구에 들러서 뼈가 드세지기 전에 전어구이는 한번 먹을 일이다.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책 한 권 쯤 읽는 것도 빼먹지 말아야겠다. 지난해 연간 성인 평균 독서량이 9.1권이라는데 나라도 평균치를 까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문화의 계절인 만큼 평상시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 대신 연극이나 뮤지컬을 한 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해도 좋고,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리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리운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러고 보니 편지를 써 본 것은 까마득한 옛일이다. 요즘 우표값이 얼마나 하는지는 당최 알 수 없다. 마땅히 편지를 써서 보낼만한 그리운 누군가도 없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벗들을 이 가을이 지나기 전에는 꼭 한번 만나야겠다. 이달 말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나도 그렇고 만나는 친구들도 그렇고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그 전에 서둘러야 하나, 아무리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이런 저런 괜한 상념에 잡히는 것은 피했으면 좋겠다.

가을에 어울리는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며 그야말로 말마따나 여담(餘談)인 이 칼럼을 쓰고 있지만 후배에게서 날아든 쪽지가 당장 할 일을 알려준다. "선배, 기사 올렸습니다." 그래, 얼른 기사를 손봐서 넘겨야 한다. 그렇지, 당장 눈앞에 할 일부터 해치워야 하는 게 먼저다.

憑堂(빙당ㆍ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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