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으로 대리만족도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클래식과 코코핸들 라인은 전부 품절입니다."
지난달 31일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1층 샤넬 매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장 안에는 이미 십여명의 고객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특히 혼수철을 맞아 예물로 가방을 사러온 고객도 상당수였다. 지난달 샤넬 클래식백을 사지 못한 박소정(28ㆍ여)씨는 "롯데본점과 압구정 갤러리아에 5점씩 입고됐다는 것을 전화로 확인하고 달려왔는데 이미 다 팔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제품인 코코핸들 라인은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최소 2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가격 정책이 '오르락내리락' 제멋대로임에도 불구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사재기 광풍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을 포함한 롯데백화점 올 상반기 해외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이 2013년 3.9%에서 2014년 1.5%, 지난해 1%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세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명품 매출이 18.3% 신장했다.
지난해 제품 가격을 최대 20% 내리면서 막을 내릴 것 같던 '샤테크(샤넬+재테크)'도 7개월 만에 재점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샤넬은 최근 1년간 제품 가격을 3번이나 조정했다. 지난해 3월 가격 인하 이후 같은 해 11월과 이듬해 3월 가격을 각각 7%, 4.4% 인상했다. 실제로 빈티지 2.55 미디움 사이즈의 가격은 715만원→600만원→639만원→667만원 등으로 바뀌었다.
유럽으로 '원정 쇼핑'도 여전하다. 본사는 글로벌 가격 정책을 맞춘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프랑스와 국내에서 가격 차이는 15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 7월 출국자 수는 208만6000명으로 지난 1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많은 규모로 증가했다. 프랑스로 여름 휴가를 다녀온 박진영(30ㆍ여)씨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꾸밈비(시부모가 며느리에게 화장품, 가방 구입 비용을 주는 것)를 미리 받아 가방을 살겸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한국 판매 가격으로 가방과 항공료를 충당했다"고 말했다. 직접구매(직구)와 대신 물건는 사주는 구매대행 시장도 성업 중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구매대행을 해주는 블로그만 수십개가 넘는다.
샤넬의 가격 인상 정책은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싸면 비쌀수록 잘팔리는 '베블린 효과'는 한국 소비시장에서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명품 소비 규모는 103억달러로, 미국ㆍ일본ㆍ이탈리아ㆍ프랑스 등에 이어 8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가품에 대한 과시욕이 줄어들기 전까지는 명품의 대한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며 "샤테크뿐만 아니라 시계 재테크인 시테크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 재테크 역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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