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8000원.' 정가 1500원에 출시됐던 허니버터칩이 한때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에서 판매됐던 가격이다.
허니버터칩은 2014년 8월, 나온 지 두 달만에 판매 850만 봉지가 팔리고 매출 100억원을 뛰어넘는 등 이례적인 인기를 누렸다. 기존에 짜기만 했던 감자칩이 아니라 여성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맛을 입혀 외식업계 '단짠(달고 짠)' 트렌드를 새로 열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의 허니버터칩에 열광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허니버터칩은 그해 하반기 스낵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농심의 '새우깡'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1월 매출이 78억원을 기록해 국민과자로 통하는 새우깡(61억원)을 앞지른 것. 출시 5개월만에 매출 200억원, 1300만봉지 이상 팔려나갔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해태제과가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공장에 불이 나서 생산이 중단됐다'는 등의 웃지못할 루머도 나돌았다.
그러나 행복한 비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허니버터칩의 대체제로 허니통통,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오감자 허니밀크 등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져나오면서부터다. 덩달아 차츰 소비자들의 입맛도 허니버터칩에서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한때 줄서서 먹던 메뉴, 음식들도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 주기가 짧아 금세 시든다"면서 "장수 브랜드, 장수 메뉴를 내놓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불고 있는 '바나나맛 열풍'도 예외는 아니다. 올초부터 식품·외식업계가 '익숙한 단 맛'을 앞세워 바나나맛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3개월동안 30개가 넘는 바나나맛 제품이 나왔다. 그러나 모든 바나나맛 제품들이 곧바로 매출 '대박'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새로운 시도'라는 상징성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올해 바나나열풍의 시초를 알린 '바나나맛 파이' 제품 중에서도 일부는 '오리지널보다 못한'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오리온이 1974년 초코파이 출시 이후 42년만에 처음으로 자매제품 '초코파이 바나나'를 내놓으면서 이후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도 잇달아 바나나맛 파이제품을 내놨다.
초코파이 바나나가 출시 한 달 만 에 매출이 15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월매출을 올리면서 '품귀현상'까지 일어나자 부랴부랴 경쟁사에서도 후속 제품들을 내놓은 것.
지난 6월 편의점 CU에서 초코파이 바나나는 매출 구성비가 56.3%로 오리지널 초코파이(43.7%)보다 높다. 롯데제과의 몽쉘도 바나나맛 제품은 56.5%이고 오리지널은 43.5%다. 그러나 해태제과의 오예스 바나나맛 제품은 기존 오리지널의 판매량을 뛰어넘진 못하고 있다. 오리지널의 매출 구성비는 54.1%로 절반을 넘지만 새로 나온 바나나맛 제품은 45.9%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해 평균 100여개의 신제품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2년 이상 생존하는 과자는 10%도 되지 않는다"면서 "바나나맛 열풍도 단기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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