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과 달리 맥 빠진 회의"…글로벌 저성장에 등장한 보호무역주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힘이 빠지고 맥이 빠지는 회의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참석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2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했다.
이 총재가 이처럼 G20 회의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의욕 넘쳤던 2014년…2년 만에 '한계'=이 총재가 아쉬움을 내뱉은 건 최근 국회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에서다. 그는 앞서 2014년 4월 취임 직후 있었던 G20 회의에 대해 "의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2년 뒤 이 총재는 "제로(0) 금리, 마이너스(-) 금리에도 성장이 미미했다"며 "통화·재정정책이 한계에 부딪치자 세계적으로 큰 흐름이 보호 무역주의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들이 부양정책을 펼쳤지만 유럽과 일본 등은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제 패러다임 측면에서 "금융위기 이전에는 신자유주의가 풍미했지만 반작용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나온 이유…"글로벌 저성장 때문"=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달라진 것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가 공동선언문에 처음 들어갔다는 점을 꼽았다.
G20회원국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는 저성장 장기화 및 소득분배 개선 지연에 따라 보호주의 및 정치적 포퓰리즘이 확산된 결과"라며 "향후 보호무역주의 등 자국중심적 정책의 확산, 정치적 극단주의 심화 등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브렉시트 결과는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G20은 모든 종류의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총재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최근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 총재는 "글로벌 위기 이후 해외경제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한마디로 얘기하면 '글로벌 저성장'이라 할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경제 우선, 보호무역주의, 신고립주의가 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부진하기도 하지만 G20 내 무역제한 조치가 월 평균 기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자국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통화정책으로도 살아나지 않으니 보호무역주의로 가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자유무역을 기치로 한 미국 공화당은 대통령선거 후보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장할 정도"라며 "대외여건상 통화 가치 변동과 보호무역주의가 큰 흐름으로 잡아가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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