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을 베면 손이 몸에서 떨어져 나온다. 손이 생명을 잃는 것이다. 또한 그 몸의 남은 삶도 결코 편안할 수 없다. 손이 무엇이기에 성경 속에서 눈(目)과 같은 의무를 지는가. 손의 결핍은 장애인 동시에 신성(神性)을 내포하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티르(Tyr)는 전쟁의 신이자 재판과 맹세의 신이다. 그런데 맹세를 할 때 들어 올려야 할 오른손이 없다. 즉 외팔이 신이다. 북유럽의 신들 가운데 티르처럼 장애가 있는 신이 적잖다. 신 중의 신 오딘(Odin)은 외눈박이다. 티르는 어쩌다 오른손을 잃었을까. 사연이 있다.
신들은 펜리르에게 글레이프니르를 보이며 "곧 풀어줄 테니 한번 몸에 둘러 보라"고 한다. 펜리르가 의심하자 티르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오른손을 그의 아가리에 집어넣는다. 하지만 펜리르는 이내 신들의 계략을 알아채고 분노하여 티르의 오른손을 물어뜯어 삼켜버린다. 거대하고도 난폭한 펜리르를 묶는 데 티르의 희생이 필요했던 것이다. 야성의 포박이 지성의 승리라면 티르는 진리의 제단에 제 오른손을 제물로 바친 것이다.
티르의 희생은 달마와 혜가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인도 승려 달마가 9년 면벽을 한다. 수많은 수행자가 찾아와 배우기를 청하나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어느 날 젊은 수행자가 달마를 찾아왔다. 그는 한쪽 팔을 잘라 달마에게 던진다. "당신이 돌아앉지 않는다면 내 머리를 잘라 던지리라." 달마가 돌아앉는다. "머리를 자르지 마라. 그걸 써야 한다." 혜가가 달마의 제자가 되니 마침내 승찬-도신-홍인-혜능 등 6대 조사로 이어진 중국 불교의 부흥이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huh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