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아시아 정보통 톰 플레이트와 마하티르와의 인터뷰 대담집
신간 '마하티르와의 대화'는 미국 내 아시아 정보통으로 불리는 'LA타임스'의 전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가 마하티르 전 총리를 만나 네 차례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대담집이다. 그가 유독 마하티르에 관심을 보인 까닭은 "9.11 사태 이후, 이슬람 문제를 둘러싼 마하티르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말레이시아 국경을 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마하티르는 기자회견장에서 그를 단순히 '그저 그런 제3세계 정치인'으로만 알고 있던 서구 기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마하티르가 주류세력에 반기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말 아시아를 뒤덮은 외환위기 당시에서도 마하티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유일하게 거부하고 독자적인 자본통제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대신 이슬람 금융 시스템을 고수했다. 이슬람 문화에서 금융 시스템은 공동체 중심적이고 사회적 규범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은행은 이자로 배를 불려서는 안 되며, 부도덕한 혹은 율법에 반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돈을 빌려줘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 말레이시아의 경제는 다른 아시아권에 비해 작지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와 마하티르가 직접 나눈 생생한 대화들을 통해 마하티르에 대해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는 매 질문마다 거침없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골드핑거', '두번 산다' 등 각 장의 제목을 제임스 본드가 나오는 007영화에서 패러디한 것도 마하티르가 행동파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발 452m의 페트로나스 타워를 세우도록 한 것 역시 마하티르였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앓고 있는 질병이 열등감과 지나친 느긋함"이라고 진단하고, 이를 위한 처방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입증하고자" 했다.
(마하티르와의 대화 / 톰 플레이트 지음 / 박세연 옮김 / RHK / 1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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