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행기로 이동한 왕이·리용호...시종일관 화기애애
-사드 불만 턱 괴고 손사래...냉랭한 한·중회담 대조적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최악으로 치달았던 북ㆍ중 관계의 회복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강한 대북제재를 이어 온 우리 외교 당국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눈치만 볼뿐 마땅한 '외교적 카드'가 없다는 사실이다.
양 측은 공백기가 무색하게 회담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다리고 있던 왕 부장이 회의장 밖까지 나와 리 외무상을 맞아 악수했다.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면서는 리 외무상의 등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회의장 내에서 리 외무상과 왕 부장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웃고 있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 같은 모습은 전날 오후 같은 비행편인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비엔티안 와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예고됐다. 한 외교전문가는 "북ㆍ중 외교수장이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이 장면이 주는 외교적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ㆍ중 외교수장 간 만남은 전날 냉랭했던 한ㆍ중 회담과 대비됐다. 24일 밤 라오스 비엔티안의 호텔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1시간 가량 한ㆍ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왕 부장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ㆍ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그 동안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회담은 한ㆍ미의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이다. 왕 부장은 윤 장관의 발언을 듣던 중 불만이 있는 듯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괸 채로 발언을 듣는 등의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담겼다.
나아가 북 측도 더 이상 조용한 외교행보를 이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리 외무상은 25일 저녁 비엔티안의 호텔에서 열린 라오스 외교장관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나오는 길에 "내일은 말씀 들을 수 있을까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과 함께 한 손을 들며 "네"라고 답했다. 적극적인 외교행보가 예상되면서 우리 외교 당국은 그 발언 수위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례를 보면 ARF 당일 북한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주장을 밝혀왔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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