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詩] 나뭇잎을 생각하다 1/최원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나무는 평등하다 피부색이나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뭇잎을 나누어 준다 나뭇잎을 주우며 사람들은 나무를 숭배하기 시작했다 수천 년이 흐르고 세계는 오직 나무와 흩날리는 나뭇잎들로 가득한 곳이 되었다 누가 더 많이 나뭇잎을 주울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였다 나뭇잎을 가져가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으므로 어떠한 도구든 사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나뭇잎 줍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나뭇잎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고 다른 누군가는 피 묻은 나뭇잎을 급하게 주머니에 집어넣기도 했다 그리고 몇 가지 사소한 문제들을 겪으며 이제 사람들은 나무는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나뭇잎을 믿고 나뭇잎을 사랑하고 나뭇잎을 위해 하루를 한 달을 일생을 보낸다

 
[오후 한詩] 나뭇잎을 생각하다 1/최원준
AD
원본보기 아이콘

 한번 상상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떡갈나무 나뭇잎과 단풍나무 나뭇잎의 시세부터 따져 보는 세상, 나뭇잎을 보관하기 위해 크고 튼튼한 금고를 마련하고 나뭇잎으로 사람을 사서 지키게 하는 세상, 더 많은 나뭇잎을 모으기 위해 나뭇잎을 몇 상자씩 뇌물로 주는 세상, 나뭇잎을 많이 모은 사람이라면 그 과정이야 어찌됐든 일단 존경부터 받고 보는 세상, 나뭇잎을 많이 가진 사람이 나뭇잎을 적게 가진 사람을 경멸하는 세상. 다른 사람의 나뭇잎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나뭇잎을 모으기 위해 친구와 연인을 배신하고,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심지어 부모를 협박하기도 하는 세상. 오로지 '나뭇잎만 믿고 나뭇잎만 사랑하고 나뭇잎만을 위해 하루를 한 달을 일생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 그런 세상, 나뭇잎이 생의 목적이 되어 버린 세상, 그런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말이다. 우리가 바로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채상우 시인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