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짜' 유조선 3척 모아 1976년 설립 첫 국적선사
현대상선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6년 유조선 두 척으로 해운업에 뛰어들며 세운 회사다. 정주영 회장은 그리스 선주사 리바노스로부터 25만TEU급 유조선 2척을 수주했지만 당시 계약 조건이 형편없었다. 국제 시세보다 훨씬 싼 값인데다 문제가 생기면 인수를 거절할 수 있는 '노예계약'에 가까웠다. 첫 번째 유조선은 무사히 인도했으나 두 번째 유조선은 1973년 오일쇼크로 인수를 거절당했다.
1983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뒤 1985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 일군 신한해운과의 합병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 현영원 회장은 국내 해운산업을 키워온 해운업계 거목으로, 1964년 신한해운을 창업해 독자적으로 경영하다가 1984년 해운합리화 조치로 현대상선에 합병되면서 현대상선 경영에도 참여했다. 현대상선이 글로벌 20대 선사에 들어갈 정도로 승승장구한 데는 현영원 회장의 공로가 컸다.
현대상선은 국내외 터미널을 개장하거나 인수합병을 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1985년 동해상선과 신한해운을 1988년 고려해운과 1999년 한소해운을 흡수합병했다. 1998년 감만, 광양 컨테이너터미널을, 1999년 미국 타코마항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을 개장했고 같은해 부산 컨테이너터미널을 인수했다.
경영권 분쟁 뒤인 2008년 장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현대상선의 위기는 수면 밖으로 드러났다. 현대상선은 계열사인 LNG사업부, 벌크선사업부 매각, 부산신항만터미널 보유지분을 매각하며 몸집을 줄였고,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상선은 추후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한 뒤 정부가 만든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이용해 초대형ㆍ고효율 선박으로 운항 선박 구조를 바꾸고 비용 절감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지난 40년간 영욕의 세월을 거치며 대한민국 해운 산업을 이끌어왔던 현대상선이 현대 품에서 떠나는 것은 안타깝지만 채권단 하에서 부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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