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해운의 운명]명암 갈린 현대상선 vs 한진해운

최종수정 2016.07.17 08:54 기사입력 2016.07.17 08:54

댓글쓰기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달 여 차이로 나란히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현대상선은 마지막 관문인 해운동맹체 가입을 성공시키면서 구조조정 과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반면 이제 용선료 2차 협상의 첫발을 뗀 한진해운은 사채권자 설득부터 채권단의 출자전환 결정 등 갈 길이 멀다.

◆구조조정 마무리…현대그룹 품 떠나는 상선=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지난 3월29일 자율협약 개시로 본격화됐다.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해운동맹체 가입 등 3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 조건부로 추진돼 왔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법정관리 수순으로 가야하는 피 말리는 과정이었다.
[해운의 운명]명암 갈린 현대상선 vs 한진해운

지난 2월22일 유럽지역에 협상단을 파견하면서 시작된 용선료 협상이 자율협약의 핵심이자 가장 큰 난관이었다. 22개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은 '목표 인하폭'과 '마감시한' 등 협상 포인트를 상대 선주들에게 모두 내보이면서 시작된 절대적으로 불리한 협상이었다.

30%에 이르는 인하폭에 대해서도 선주간 이견이 크게 엇갈렸고, 최후까지 포커페이스를 고수하는 선주들 22곳 사이에서 힘든 막판 조율 과정이 이어졌다. 지난 5월18일 컨테이너 선주 5곳을 한국으로 초청해 최종 담판을 벌이려고 했지만 선주사 2곳만 협상장에 나타났고, "선주간 인하폭이 다르다"며 항의가 쏟아지며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듯 했다. 희망도 절망도 예측도 어려운 날들이 이어졌다.

막전막후의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공모사채 8043억원에 대한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며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5월31~6월1일 이틀간 총 5차례에 걸쳐 열린 공모사채 사채권자 집회에서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8043억원의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년 거치 3년간 분할 상환하는 채무재조정 안건을 100% 동의로 가결시킨 것이다.
용선료 협상 타결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열린 사채권자 집회였지만 전체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권자들은 100%에 가까운 동의로 현대상선에 힘을 실어줬다.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에 성공한 지 10일 만인 6월10일 현대상선은 5개의 컨테이너 선주들과 20%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벌크 선주들로부터는 25% 수준에서 합의 의사를 받아냈다.

이 협상으로 현대상선은 향후 3년6개월 간 지급예정인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에 대해 일부는 신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장기 채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유동성에 숨통이 트인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 대금이 입금되면서 운전자금도 확보하게 됐다.

현대상선은 지난 14일 세계 최대 해운동맹체 ‘2M’과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자율협약 3대 전제조건을 모두 이행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ㆍ용선주ㆍ사채권자, 그리고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증자는 현대상선 시가총액(15일 종가 4328억원 기준)의 6배 가까운 규모다. 오는 18~19일 청약을 받은 뒤 다음달 5일 신주를 상장한다. 주당 9530원에 신주를 발행해 2조4892억원을 조달하며, 이 가운데 출자전환 규모는 최대 1조9000억원이다. 나머지는 18~19일 일반 투자자로부터 청약을 받아 주식을 배정한다.

출자전환 이후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분율 약 40%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현대상선은 창사 이래 40년만에 처음 현대그룹의 품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 이어 조만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해 영업력 강화에 주력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새로운 CEO 체제 아래 정부가 만든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이용, 초대형ㆍ고효율 선박으로 운항 선박 구조를 바꾸고 비용 절감 방안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주 상장이 완료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3월 말 5309%에서 200% 이하로 낮아져 선박펀드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 해결이 관건= 장기화 양상을 보이던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9개국 22개 선주사와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진해운은 최근 주요 선주사들과의 이견을 상당히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의 유동성이 심각한 상환임을 확인한 해외 선주들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액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입장 변화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부터 23개 해외 선주사들과 향후 3년6개월 동안 내야 할 용선료 2조6000억원 중 30%인 7800억원 가량을 인하하는 협상을 진행해왔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은 운전자금 부족으로 용선료 연체가 지속되면서 그간 난항을 겪어왔다.

한진해운의 최대 선주사인 캐나다 시스팬은 그간 용선료를 인하하느니 선박을 거둬들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리스 나비오스는 용선료 연체금 1000억원에 대한 지불 압박을 위해 한진해운의 벌크선박을 억류했다가 풀어주기도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 채권단이 이를 바탕으로 기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선주 측에 전달했다"면서 "이 이면에는 인하를 거부하면 법정관리 뿐이라는 메시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해운의 운명]명암 갈린 현대상선 vs 한진해운

현대상선처럼 한진해운도 협상 결렬 시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선주 측을 설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과 지불 지연 문제 등을 포함한 구체적 조건에 대해 2차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현재로서는 타결 수준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미, 유럽, 대서양 등 세계 3대 기간 항로를 포함해 100개 항로 3600여곳의 목적지에 화물을 운송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장기용선 계약에 따라 1분기 말 기준 컨테이너선 58척과 벌크선 29척을 운항하고 있다.

이 배들은 호황기에 현 시세의 3~4배 고가로 장기용선한 배들로 이들 배에 대한 용선료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하고 있다. 1분기 기준 한진해운이 지급한 용선료는 5953억원이다. 매출원가 1조6327억원에서 36.46%를 차지한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 관련 선주측과의 견해차는 여전하지만, 용선료 조정에 합의가 이뤄져야 윈윈할 수 있다는 점에는 합의에 도달한 것 같다"면서말했다. 채권단과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등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그룹 측 지원 방안을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은 자금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4일과 이달 12일 한진해운의 동남아항로 운영권과 베트남 터미널 지분을 각각 621억원, 230억원에 (주)한진에 매각키로 했지만, 1조~1조2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 부족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