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으로도 힘들다. 지난 6월 말에는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가 우리 금융시장에 소폭이나마 흔적을 남기고 지나갔다. 원-달러 환율은 올라가고 주가지수는 내려갔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시장이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6%대로 내려오면서 수출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은 엔화를 약세로 만들어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면서 노골적으로 환율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 전자, 철강, 화학 등 일본과 경합하는 분야에서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분발해야 한다.
이처럼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거친 파도와 싸우고 있다. 이럴수록 나라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 역할을 청와대와 국회에서 해줘야 한다. 동물들은 불안하면 새끼를 낳지 않는다. 경제도 불안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불확실성과 불안요소를 줄여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不戰而勝)'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부전승'이야말로 모든 전략 중 최선이라고 했다. 부전승을 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불가피하게 싸워야 한다면 어찌해야 하나. 손자병법은 싸움에 있어서 정보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방의 실력과 약점, 우세와 열세를 정확히 알고, 자신이 처한 지형과 조건을 명확히 이해해야 비로소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대한 상대방의 정황을 이해하고 내 상황을 상대방에게 노출하지 않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활용한 승리, 즉 지승(知勝)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한반도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고, 북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라는 북한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역시 최선의 전략은 '부전승'이다. '부전승'과 '지승'의 목표를 책임져야 하는 곳은 외교부다. 국방부가 아니다.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외교를 잘해야 산다. 나라의 품격이 살아나고 경제도 살아나고 국민들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 요즘 '사드' 문제로 중국, 북한, 러시아와의 관계가 싸늘해지고 있다. 내우외환의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대외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아쉽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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