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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부전승(不戰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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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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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는 네 글자가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내부로는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절대적으로 성장률 수치가 낮을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못 미치는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조선업을 필두로 본격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그로 인해 조선업이 몰려 있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의 경기가 예년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

외부적으로도 힘들다. 지난 6월 말에는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가 우리 금융시장에 소폭이나마 흔적을 남기고 지나갔다. 원-달러 환율은 올라가고 주가지수는 내려갔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시장이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6%대로 내려오면서 수출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은 엔화를 약세로 만들어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면서 노골적으로 환율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 전자, 철강, 화학 등 일본과 경합하는 분야에서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분발해야 한다.

이처럼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거친 파도와 싸우고 있다. 이럴수록 나라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 역할을 청와대와 국회에서 해줘야 한다. 동물들은 불안하면 새끼를 낳지 않는다. 경제도 불안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불확실성과 불안요소를 줄여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요즘 우리의 대외관계는 최악이다. 휴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남과 북이 으르렁거리는 요즘 상황은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하고, 핵실험을 하면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어렵사리 열었던 개성공단의 문이 순식간에 닫혔고 사회·문화와 인도적 교류의 창도 닫히고 있다. 2500만 북한 인구를 우리의 잠재시장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뜬구름 같은 얘기가 돼 버렸다. 지난해 9월 천안문 망루에서 중국, 러시아, 한국의 정상들이 나란히 함께 한 장면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싸늘한 과거의 얘기가 돼 버렸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不戰而勝)'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부전승'이야말로 모든 전략 중 최선이라고 했다. 부전승을 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불가피하게 싸워야 한다면 어찌해야 하나. 손자병법은 싸움에 있어서 정보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방의 실력과 약점, 우세와 열세를 정확히 알고, 자신이 처한 지형과 조건을 명확히 이해해야 비로소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대한 상대방의 정황을 이해하고 내 상황을 상대방에게 노출하지 않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활용한 승리, 즉 지승(知勝)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한반도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고, 북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라는 북한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역시 최선의 전략은 '부전승'이다. '부전승'과 '지승'의 목표를 책임져야 하는 곳은 외교부다. 국방부가 아니다.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외교를 잘해야 산다. 나라의 품격이 살아나고 경제도 살아나고 국민들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 요즘 '사드' 문제로 중국, 북한, 러시아와의 관계가 싸늘해지고 있다. 내우외환의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대외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아쉽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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