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경쟁사들이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만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노동조합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양 사장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안과 복리후생 개선안 등 회사가 제시한 협상안 일체를 철회한다”며 노조와의 협상중단을 선언했다. 노조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양 사장은 “노조와 더 이상의 교섭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CEO(최고경영자)로서 부득이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 노조와의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KB손보 노조는 옛 LIG손보 시절부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중에서도 강성으로 유명하다.
앞서 양 사장은 노조에 기본급 2% 인상(6급 직원 4% 인상)과 연간 복지카드 포인트 2배 인상(100만 포인트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임금과 단체협약 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반발한 부분은 만 54~58세 직원에 S부터 D등급(450~200%)까지 7개 구간으로 평가하는 성과연동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회사측 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장과 노조와의 간극은 상당히 벌어진 상황이다. 노조는 “회사측이 정당한 노조활동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이에 양 사장은 “근무태만이나 원칙을 벗어난 단체행동 등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시키거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당장 4~5일 양일간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벌인다. 찬성표가 많으면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벌어질 수 있다.
양 사장은 KB지주가 LIG손보를 인수한 뒤 KB지주 출신의 첫 사장이다. 노조와의 감정적 골이 깊어진 이 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가 양 사장이 최고경영자로 맞닥뜨린 첫 시련이자,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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