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다. 한번만 도와달라"…김시곤 "이 선배,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나"
[아시아경제 문제원 수습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단체들은 30일 오후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 비판을 자제해 달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김주언 전 KBS 이사가 김 전 국장에게서 받은 것으로 그동안 각종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사용되긴 했지만 대중에 직접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에서 이 의원은 김 전 국장에게 "그렇게 과장해서 해경을 몰아가면 일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겠나"며 "이렇게 중요할 땐 극적으로 도와달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제발 좀 봐 달라"고까지 하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이에 "이 선배,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나"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보도에서) 말만 바꾸면 되니까 녹음을 한번만 더 해 달라"며 "만약 되면 나한테 전화 한 번 주라"고 부탁했다. 심지어는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다. 한번만 도와달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조직이라는 게 그렇게는 안 된다"면서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답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정부 수반이 혹은 수반을 보좌하는 사람이 국민 생명보다는 정권의 안위, 그 어린 생명들보다는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려는 사실이 놀랍다"며 "그 이면에서 읽어야 할 것은 공영방송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위치로 추락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녹취록을 들은 뒤 "(참사 당시) 대통령부터 나서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고 국가를 개조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정작 속으로는 정부는 책임이 없고 설령 있더라도 덮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이젠 배신감 넘어 정말 이 정부를 국민의 정부라고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했다.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