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 가치엔 가성비 따지는 소비풍토 확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워킹맘인 임모씨는 가사도우미에게 장을 볼 땐 특정 달걀을 꼭 사다달라고 부탁한다. 이제 막 돌이 된 둘째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서다. 첫째 아이를 위한 간식으로는 샌프란시스코산 유기농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요청한다. 그러나 옷가지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는다. 주말에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몇천원짜리 티셔츠를 사주는 게 전부다. 본인도 출퇴근용 가죽가방을 제외하고는 유명 브랜드 잡화를 걸치지 않는다.
혼자사는 유모씨는 주말이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샐러드와 바베큐를 즐기는 30대 싱글남이다. 그의 집에는 '사비니 개복숭아 송로버섯 오일절임'이 떨어지지 않는다. 180g짜리 한 병에 17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식재료지만, 샐러드의 맛을 한결 풍부하게 돕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주중 내내 계속되는 야근 끝에 즐기는 모임에서만큼은 본인의 취향대로 먹고픈 욕심을 반영한 것이다.
SSG푸드마켓에서 '없어서 못 파는' SSG유정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른바 '황금달걀'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4개들이 1팩에 3200원. 한 알에 900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일반 달걀(200원 미만)의 4배를 웃돈다.
이 제품은 매일 계약된 농장에서 당일 새벽 낳은 달걀을 직송으로 받아 판매하는 것이다. 비싼 값이지만 대부분 점심시간 이전에 모두 소진돼 오후에 장을 보는 일반 직장인들은 구경도 할 수 없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새벽에 낳아 특송으로 배달해 바로 먹는 것에 대한 요구는 사치가 아닌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왜 한 알에 900원이나 하느냐고 가격만을 가지고 비교하는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식재료를 까다롭게 고르고, 비싼 유기농 제품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반드시 부유층이고 사치를 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중요시 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타 소비에 대해서는 가격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싼 먹거리를 담은 장바구니를 들고 가전 매장에서 리퍼브 제품을 찾는 손님도 많고, 반대로 고가의 TV 구매계약을 하고 나서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식재료를 사는 분들도 많다"면서 "가치에 집중한 양극화 소비가 일반화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