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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특별전②] 묘사부터 캔버스 태우기까지

최종수정 2016.06.24 09:00 기사입력 2016.06.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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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회화, 어떻게 발전해왔나

청년 미로, 전시회서 작품 보며 영감
초현실주의 시인들과 교류하며 영향도
스페인 내전, 무겁고 어두운 작품으로


어릿광대의 사육제(1924-1925作), 농장(1922作)

어릿광대의 사육제(1924-1925作), 농장(1922作)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청년 호안 미로는 미술학문적인 지식이 없었다. 프란시스 갈리의 미술학교에서는 오직 느끼고 그리는 것만을 배웠다. 그는 과거 사조나 고전작품들까지도 알지 못했다.
자연스레 미로의 초기 회화들은 그가 직접 눈으로 본 새로운 사조의 그림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당시 바르셀로나 달마우 화랑과 그 주변에서는 프랑스 현대 회화의 새로운 사조인 후기 인상파의 벤센트 반 고흐와 폴 세잔, 입체파인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 야수파의 그림을 전시했다.

'농장'(1922)은 야수파와 입체파의 영향을 자연적 토양 위에 얹은 작품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몬트로이그의 시골 농장을 담은 그림이다. 놀랍도록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옥수수 줄기, 물 조리개 같은 잡동사니, 헛간, 닭장, 멀리서 물 긷는 아낙네와 노새까지…. 미로는 풍경을 집요하게 묘사했다. 미로의 미술 인생에 있어 '참된 출발점'이라 불린다.

미로의 그림은 파리의 한 카페에 전시됐고 한 미국 청년이 거금 5000프랑을 들여 사들였다. 그 청년은 바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였다. 헤밍웨이는 "이 그림에는 스페인에 있으면서 느끼는 모든 것과 스페인에 가지 못하고 있을 때 느끼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극찬하며 아꼈다.
1924년 미로는 앙드레 브르통을 만나 초현실주의를 처음 접한다. '경지'(1923~1924년)는 야수파와 입체파의 영향이 점차 사라지는 전환기적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는 '농장'의 강아지, 말, 닭 등이 세밀한 붓끝으로 다시 살아나지만 현실과는 다른 기이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로는 이 작품을 만드는 동안 친구 프란시스코 라폴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나는 자신의 절대성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나의 풍경화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사실성과 공통점이 없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더욱 자연스럽다."

'어릿광대의 사육제'(1924~1925년)는 미로가 초현실주의를 새로운 미학으로 받아들여 완벽히 제작한 첫 작품이다. 당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리에 머문 미로는 궁핍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물끄러미 벽면을 바라봤다. 곧 환영이 나타났고 미로는 이를 바로 종이에 옮겼다.

미로는 "초현실주의 시인들의 시를 읽은 결과 나는 '농장'에서 행한 사실주의로부터 도망쳐 나와 1925년 완전히 환각으로 드로잉하게 되었다. 굶주림은 환각에 중요한 바탕이 됐다. 이런 형상들을 붙들기 위해 긴 시간동안 작업실 빈 벽을 쳐다보았다"고 돌이켰다.

나무와 땅, 하늘이 평면화되고 푸른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눈과 귀가 붙은 나무가 점이나 원과 함께 기호화됐다. 이 그림은 1925년 프랑스 파리 피에르 화랑에서 열린 초현실주의 첫 집단 전시에 출품되며 미로의 이름을 알렸다.
밧줄과 사람(1935년 作)

밧줄과 사람(1935년 作)



1935년께 미로의 작품이 한층 더 야성적이고 저항적인 색채를 보였다. 고국 스페인에서 일어난 내전은 그의 작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빛나던 색채는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옮겨갔다. '밧줄과 사람'(1935) 속 농부의 밧줄은 구속, 압제를 이미지화했고 '민병'(1937)에서 난폭하게 처리된 카탈루냐 농부는 갈등을 표현했다.

1950년대 들어서며 미로의 작품은 대형화했다. 특유의 정교함은 무시되고 거칠고 급하게 휘두른 검붉은 붓자국이 그의 회화를 덮었다. 예술가로서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도 미로는 실험을 그치지 않았다. '불에 태운 캔버스'(1973)를 통해 볼 수 있듯 물감이 튄 캔버스를 불에 태우기도 했다. 미로는 회화적 모색과 실험을 한 번도 그치지 않음으로써 전통적 양식을 초월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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