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배신]기준금리 1.25%까지 낮췄지만 시중엔 '돈맥경화' 아우성
투자처 못찾아 금융기관에 쌓이는 돈…대출심리 얼어붙어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연 1.25%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시중 통화량을 늘렸지만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되레 극심해지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초저금리ㆍ장기불황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본원통화 규모는 136조3039억원(평잔ㆍ계절조정계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 128조4599억원보다는 6% 더 늘었다.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이 화폐발행 독점적 권한인 발권력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통화로, 화폐발행 잔액과 예금은행이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합산한 개념이다. 본원통화의 증가는 그만큼 시중에 돈을 많이 풀었다는 의미다. 특히 본원통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본원통화량은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2.3배 이상 더 늘었다.
본원통화의 공급은 금융기관의 대출로 연결돼 경제주체들의 투자, 소비로 이어지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연결고리가 많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공급한 통화가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통화승수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통화승수는 올 4월 16.9배까지 추락했다. 이는 1996년 10월(16.86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통화승수는 1999년 32.7배까지 높았으나 2014년 12월 18.9배, 지난해 말 17.5배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1996년 10월 1만원을 풀었을 때 32만7000원 상당의 통화량이 창출됐다면 이제는 그 효과가 16만9000원 정도에 그친다는 의미다. 돈을 풀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금융기관이나 금고에 쌓여 있는 이른바 돈맥경화의 현상이 그만큼 짙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등의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 최근 들어 은행들의 대출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1분기 시중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6으로 전 분기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도 지난해 4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6으로 위축됐다. 2분기 역시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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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출도 한층 깐깐해졌다. 경기 회복세 지연 및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신용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서다. 실제 지난해 4분기 -3이었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올 2분기 -9까지 하락했다.
그나마 가계 대출 자금이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의 틈새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풀리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자금이라는 점에서 선순환 구조로 확언하긴 힘든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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