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GDP통계 신뢰성 점차 하락…한계점 보완할 것"(종합)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국내총생산(GDP)의 신뢰성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며 GDP통계를 보완하고 생활수준을 반영한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본관 15층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잇달아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수정해 발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GDP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앞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올해 우리나라 GDP성장률을 3.1%에서 2.7%로 조정한 바 있다.

이 총재는 "GDP전망이 새로 발표될 때마다 관심이 높은데 사실 0.1~0.2%포인트의 차이가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GDP가 한 나라의 경제규모와 성장속도, 물질적 번영의 정도를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품질 차별화가 가능한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고 디지털 경제가 확대돼 신뢰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달 이코노미스트가 GDP통계의 한계를 지적한 기사를 인용했다. 예를 들어 학원강의 대신 유투브(Youtube)를 통해 무료 강의를 들으면 효용가치가 더 높을 수 있지만 GDP통계는 오히려 하락한다. 또 우버택시나 에어비앤비는 일반택시나 호텔 등에 비해 서비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GDP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온라인 쇼핑, 인터넷뱅킹 서비스는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키지만 이로 인한 시설 투자 감소로 GDP는 오히려 하락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프랑스 정부가 GDP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행도 인터넷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GDP통계 추정방법을 개선시켜나가면서 생활수준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거와 달리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부분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있는 만큼 GDP숫자의 이면에 있는 의미까지도 면밀히 읽어내는 역량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최강식 연세대 교수가 참석했다.

한은은 참석자들이 최근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린 후 이를 토대로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손실분담 등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또 경기적 실업과 구조조정 등에 따른 구조적 실업은 발생원인에 따라 정책 대응도 달라져야 하고 특히 청년 실업에 대응하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건전한 창업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경제 심리와 내수 지표들이 개선되는 등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므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과 경기 흐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