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기자는 술자리를 가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국물'로 해장을 한다. 특히 칼칼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자아내는 순대국밥을 선호한다. 순대국밥의 진한 국물을 한 스푼 떠서 삼키는 순간 어제 마셨던 폭탄주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순대국만큼 해장효과가 탁월한 국밥은 본적이 없었다.
최근 기자는 편의점에서 순대국밥을 판다는 뉴스를 접했다. 씨유(CU)가 '집밥은 씨유' 시리즈로 '순대국밥 정식'을 선보인 것. 3분 렌지업만으로 바쁜 출근시간에도 순대국으로 해장할 수 있게 되다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해장을 위해 점심시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근처 CU에 달려가니 편의점 아줌마가 오전에 다 팔리고 없다며 내일 다시 오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인근 점포를 돌며 발품을 판 결과 순대국밥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순대국밥 조리법은 간단했다. 국그릇에 담긴 순대 위에 순대국 맛을 내는 우유빛깔의 별첨소스를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대국에 취향에 맞게 들깨가루 및 다데기도 첨가할 수 있다. 밥, 반찬도 따뜻하게 데워서 먹고 싶다면, 국그릇을 올린 채 전체 도시락을 3분간 렌지업하면 편의점표 순대국밥이 뚝딱 완성된다. 냄새도 제법 그럴듯했다. 한 스푼 얼른 떠보니 국물맛도 일품이었다. 국밥집 할머니가 막 뚝배기에 담아내준 바로 그 맛. 플라스틱 도시락 뚝배기에 코를 묻고 순대국을 들이켰다. 국그릇 바닥이 보이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적은 국물의 양에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왔다.
국그릇에 표기된 용기선을 다시 살펴보니, 깊이가 4cm 남짓했다. 몇 숟가락 뜨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바닥이 보이니 해장하다만 기분이 들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따끈하고 칼칼한 국물로만 해장하는 습관 탓에 밥과 순대는 그대로 남았다. 아쉬운 마음과 함께 컵라면 사발면이 떠올랐다. 순대국밥 정식을 차라리 사발면 용기에 담았다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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