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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R&D 문제해결 … 패러다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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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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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푸르름이 더해 가는 봄날, 그동안 우리경제의 주력산업으로 자리를 차지해 온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가슴 시린 소식이 들린다. 게다가 조선업과 함께 전통적인 주력산업분야인 철강, 석유화학 등의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에 처음으로 개최된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신 넛크랙커(nut-cracker) 상황으로 규정한 것 역시 이를 방증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보다도 주력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즉,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 확보로 새로운 산업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어느 경제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동안 경제성장에 기여해 온 과학기술의 역할을 고려할 때 야박한 평가일 수 있으나 최근 우리나라의 낮은 연구개발 생산성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코리언 패러독스 현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성과창출 부진은 중요한 문제이며 그 근본원인을 짚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은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문제해결방식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연구개발 창출 성과가 부족하고 그것이 구조화된 문제로서 나타난다면 우리의 문제해결방식에 중요한 결점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개발 분야는 국가 성장요소로서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고 그에 따라 투자 규모도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사업평가를 강화해 왔으며 미흡한 성과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및 조직도 확대해 왔다. 여러 개별 사안들이 발생할 때마다 발 빠르게 정책방안들을 마련하여 적용해 온 것이다. 그러나 낮은 연구개발 생산성은 지식창출과 혁신과정에 중요한 문제가 있으며 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연구개발을 통한 문제해결방식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오랫동안 문제해결 관련 연구를 수행한 MIT대 오토 샤머 교수는 문제해결 방식의 문제점으로 현상만을 고려하고 문제의 본질을 찾지 않거나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오늘날의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의 현상 하나하나에 대한 개별처리방식은 더 이상 효과가 없으며 잘못된 과거의 방법론을 계속 적용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개선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의 개선이 중요하게 고려되다보니 종합적 접근보다는 개별 사안별로 접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왜(Why)보다는 어떻게(How)가 강조된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의 해결방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것이다.

지금의 구조적 문제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응한 대증적 접근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문제의 근본 원인과 관련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시스템 전체의 방향성과 제도간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매년 개인연구자별 양적 성과로 경쟁하는 평가제도하에서 융합에 대응한 협업을 기대할 수는 없다. 또한 기초응용개발의 경계가 무너지고 '랩투마켓(Lab to Market)'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과거의 산학연 역할분담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와 동시에 연구개발 활동 자체도 문제해결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기초과학 분야든 경제사회 관련 분야든 연구개발은 중요한 질문과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즉, 왜(Why)가 연구개발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또한 복잡한 융합문제를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어떻게(How)도 기술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제해결 방식의 프레임 전환을 위해 정부가 먼저 스스로를 혁신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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