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구채은 기자] "다달이 내는 숙제가 줄어드는 정도지, 큰 효과 있겠어요. 다들 노란봉투 받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 인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의 반응이다. 여기서 '숙제'는 은행들이 매달 한은에 쌓는 지급준비금이다. '노란봉투'는 '김석동식 관치'를 빗대는 말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자금부담을 은행들이 꺼려한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장들이 지난달 한은 총재에게 지준율 인하를 요구했다. 구조조정 자금 마련, 통화유통속도 증가 등을 명목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장 지준율을 내려도 이같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급준비금은 중앙은행이 은행들의 예금인출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맡기도록 강제한 돈이다. 예컨대 A은행이 1000만원의 요구불예금을 받는 경우 70만원(한국 지급준비율 7%)의 지급준비금을 중앙은행에 예금해야한다. 은행들은 이 비율을 낮추면 은행이 가져가는 몫이 커져 시중자금이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2006년 지준율을 5%에서 7%로 올린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때의 화폐유통속도, 회전율 등이 지금과 비교해보면 모든 시장에서 떨어져있다. 중국도 금리를 낮추기 곤란할 때 지준율을 만지는 정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지급준비율 인하가 구조조정 자금 마련이나 거시경제 상황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갈렸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지준율까지 인하되면 모두가 한국은행에 손을 벌리는 꼴이 된다"면서 "당장 돈을 풀면 효가 안나니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뒷통수를 치게 돼 있다. 지금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구조조정 기본플랜 계획부터 조금 해놓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은이 너무 외통수 금리에만 의존하는 정책을 펴려한다"면서 "한은이 쓸 수 있는 여러 정책 중 하나인 만큼 지준율을 현 시점에서 인하하면 은행 수익 개선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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