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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기업 구조조정의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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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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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데자뷔(deja vu: 기시감)의 느낌이 든다. 최근 언론지상을 도배하고 있는 단어들 이야기다. 기업 구조조정, 채권단 자율협약, 실업자 양산, 부실채권, 청와대 서별관 회의 등등... 1997년에서 1998년 사이 IMF외환위기가 정점이었던 때에 날마다 들었던 단어들을 2016년 초에 다시 듣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위기가 현재화 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우선 조선부문에서 STX와 대우조선해양이 부도처리 되었거나 문제가 됐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까지 극도의 불황을 겪고 있다. 또 현대상선에서 시작된 해운업 위기는 한진해운까지 채권단 자율협약을 결의하면서 두 개의 국적해운사가 동시에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현재의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때만큼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는 외환부문이 국내금융에, 국내금융이 실물부문에 충격을 주고 실물이 다시 금융과 외환에 충격을 주는 나선형 악순환이 계속되어 국가경제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1997년 12월까지 30대 그룹 가운데 8개가 무너졌고 1998년 9월의 실업자 수가 170만명을 넘어섰다.

지금은 그 같은 전방위 위기가 아니다. 조선과 해운, 건설, 철강 등으로 위기범위가 제한적이다. 당시 40억달러 미만으로 줄어들었던 외환보유고는 2016년 현재 3700억달러 수준으로 늘었고 특히 금융부문은 철저한 위험관리 및 감독강화로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있더라도 이를 감당할 정도의 완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주변 정황이 다르고 위기를 촉발하는 구체적 요인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위기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며 처방의 기초적인 원리도 비슷하다.

첫째, 위기가 발생하면 정면대응으로 확산과정을 최대한 조기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조선과 해운은 그동안 몇 년 동안이나 수면아래서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되다가 최근에야 수면위로 떠올랐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동양그룹의 부실을 처리하는 것도 몇 년이나 걸렸다. 수많은 기업어음(CP) 피해자를 양산한 뒤의 일이다.
지난해 반짝경기로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건설부문 역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여전히 수면 아래서 많이 어려운 것으로 거론되는 기업과 산업들이 있다. 이처럼 실물부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은행들은 해당 산업의 기업들에 대해 무차별로 대출회수 경쟁에 돌입한다.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그 산업 생태계 안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중소, 중견기업들이 같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기왕에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나섰다면 옥석을 분명하게 가려서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살아 날 수 있는 다른 기업들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다른 산업으로까지 파장이 미친다.

둘째, 부실에 법적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노조 역시 일자리 공유제, 임금감축 등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해당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스스로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기업구조조정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1998년 외환위기의 와중에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이규성-진념-이헌재 등 경제장관들과 강봉균 청와대 수석은 서별관에서 모여 노련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줬다. 국회도 필요한 법안을 빠른 속도로 통과시켜 최대한 협력했다. 이번에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모이는 경제장관들은 당시 외환위기를 실무에서 겪었던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위원장 등이다. 이들 역시 위기관리의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산업의 부침과 글로벌 경영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자구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경우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럽의 장기 재정위기, 유가추락, 중국의 추격 등 명백한 징후가 있었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는데 마치 손바닥으로 눈만 가리면 되는 것 같은 태도가 정부나 기업에 여전히 존재한다면 설령 이번 위기를 잘 넘긴다고 하더라도 한국경제에 희망은 없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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