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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투표에 배신당하지 않는 방법

최종수정 2016.04.14 11:03 기사입력 2016.04.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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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정당에게도 안심할 수 없도록 하는 결과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또 4년의 시간 동안 속수무책, 국회의원들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의원들이 영 엉뚱한 법안을 만들거나, 심지어 탈당으로 정당을 바꾸어 민의를 배반한다고 하더라도 주권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투덜거리거나, 기사에 댓글을 다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대의민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고, 국회의원이 민의를 배신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항상 마지못해 선택하고 긴 시간 동안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왜 반드시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물론 스위스라는 아주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확대하는 실험은 최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라는 정당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포데모스는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진, 의석수로 세 번째로 큰 정당입니다. 스페인 최대 도시들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시장도 이 당 소속입니다. 이 당은 새로운 의제의 발굴, 정책의 결정, 법안의 투표와 같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핵심적인 플랫폼이 '루미오'입니다. 루미오는 참여자들이 토론주제를 발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입니다. 특히 극단적인 주장을 하거나 도배를 하는 등의 행위가 정상적인 토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들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포데모스는 루미오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은 다음 이를 기반으로 정당의 의견을 결정합니다. 각종 선거에 나갈 후보 역시 '아고라 보팅'이라는 투표플랫폼을 통해 선정합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비후보로 참여할 수 있고, 시민들은 아고라 보팅을 통해 진짜 후보를 고릅니다. 포데모스는 자금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당은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해 영국, 루마니아, 헝가리, 아르헨티나, 스웨덴, 터키, 심지어 우간다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생정당들이 루미오, 디모크라시OS와 같은 의견수렴 플랫폼, 그리고 오픈노스와 같은 정치활동 공개플랫폼을 기반으로 직접민주주주의적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이들 정당은 국회의원들은 말 그대로 국민의 '대리인"일 뿐, 스스로 행동하는 주체여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대의민주주의가 탄생했던 수백년 전과 달리 시민들의 의견을 즉각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기반이 구축되어 있는 지금, 국회의원들의 임무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어야 마땅하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포데모스가 스페인 국회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포데모스 소속의 코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이 '데모크라시 OS' 플랫폼에서 모인 시민들의 의견을 그대로 업무에 반영한 것에 (그래서 '아바타'라고 불리기도 했답니다) 대한 좋은 반응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 늦여름, 우리나라에서도 '와글'이라는 정치 스타트업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시기적으로 촉박해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내용 공개 정도로 참여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나라의 정당 혹은 시민단체들처럼 직접민주주의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당선의 기쁨으로 아직 설레고 있을 제 20대 국회의원들이 이런 소식에도 잠시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오며, 국회의원들은 그 권력을 대리 행사하라는 위임을 받은 이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말이지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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