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조 경력 2년 안팎의 신진 법조인 8명이 지난달부터 민·형사 사건 상고심 재판을 돕는 4급 재판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다. 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서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업무를 담당하며, 2~5급 공무원 처우가 보장되는 자리다.
대법원은 "사실심 충실화를 위해 기존 판사 재판연구관을 일선 재판부로 보내면서 재판연구관 정원을 늘렸다"며 "그 자리를 신진 법조인으로 대체한 것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 정리가 아닌 법리 판단이 이뤄지는 한국 상고심 법원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력을 지닌 이들이 검토한 사건은 결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을 양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입 시기나 인적 구성도 공교롭다. 대법원 규칙이 개정된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회전문 인사' 논란이 들끓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법복을 입은 첫 해인 지난해 임용 법관의 73%(37명 중 27명)가 임기 2년 로클럭으로 법원에서 경력을 쌓았고, 세 명 가운데 한 명 꼴(27명 중 10명)로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다 법복을 입어 '후관예우' 논란까지 뒤따랐다.
하급법원 로클럭 2년 근무에 재판연구관 1년을 더하면 법관 임용 요구 경력을 법원에서 모두 채울 수 있게 돼 '회전문' 논란을 내부 '이중문'으로 비켜간 셈이다. 한 일선 판사는 "재판연구관 경력을 거치면 상대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밝아 결국 법관 임용에서도 사실상 우위에 서는 셈인데 또 다른 금수저 논란이나 순혈주의 우려를 키우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당장 신진 법조인들이 업무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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