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문턱 낮춘 재판연구관 변종 ‘순혈주의’ 우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대법원의 재판연구관 제도 확대 시행을 두고 기존 하급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회전문' 논란에 이은 '이중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법관 신규 임용시 요구되는 법조인 경력을 법원 내부에서 쌓는 것만으로 채울 수 있어 '순혈주의'의 변종이란 지적도 나온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조 경력 2년 안팎의 신진 법조인 8명이 지난달부터 민·형사 사건 상고심 재판을 돕는 4급 재판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다. 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서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업무를 담당하며, 2~5급 공무원 처우가 보장되는 자리다.
판사가 아닌 법조인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하는 것은 원래 있던 제도다. 기존에도 법원조직법 및 대법원 규칙에 따라 상사·조세·공정거래·의료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 위주로 10명 이내 박사급 인력이 비법관 재판연구관으로 일해 왔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관련 규칙을 고쳐 문턱을 대폭 낮췄다. 변호사 자격만 갖춰도 5급, 1년 이상 경력이 더해지면 4급 재판연구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10명이던 정원도 2배인 20명으로 늘렸다.

대법원은 "사실심 충실화를 위해 기존 판사 재판연구관을 일선 재판부로 보내면서 재판연구관 정원을 늘렸다"며 "그 자리를 신진 법조인으로 대체한 것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 정리가 아닌 법리 판단이 이뤄지는 한국 상고심 법원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력을 지닌 이들이 검토한 사건은 결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을 양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용직제상 법원조직법 취지와도 일부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신설 임기제 재판연구관은 원칙적으로 특정 전문분야가 아닌 일반 민·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조직법은 임기제 공무원인 재판연구관을 두기 위해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거나 임용관리에 특수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임용기간이 1년(연장 가능)으로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성과를 내기에는 기간이 짧다는 문제도 있다.

도입 시기나 인적 구성도 공교롭다. 대법원 규칙이 개정된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회전문 인사' 논란이 들끓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법복을 입은 첫 해인 지난해 임용 법관의 73%(37명 중 27명)가 임기 2년 로클럭으로 법원에서 경력을 쌓았고, 세 명 가운데 한 명 꼴(27명 중 10명)로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다 법복을 입어 '후관예우' 논란까지 뒤따랐다.

하급법원 로클럭 2년 근무에 재판연구관 1년을 더하면 법관 임용 요구 경력을 법원에서 모두 채울 수 있게 돼 '회전문' 논란을 내부 '이중문'으로 비켜간 셈이다. 한 일선 판사는 "재판연구관 경력을 거치면 상대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밝아 결국 법관 임용에서도 사실상 우위에 서는 셈인데 또 다른 금수저 논란이나 순혈주의 우려를 키우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당장 신진 법조인들이 업무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