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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冊읽기]기업은 투자자의 장난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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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위험, 댄저(danger), 해저드(hazard), 불확실성, 변동성, 수익률의 분산……'

리스크(Risk)와 혼용되는 말들이다. 영어사전은 '위험'으로 번역한다. 하지만 리스크는 위험과 뜻이 조금 어긋난다. 댄저나 해저드의 동의어로 보기도 어렵다. 불확실성이나 변동성과도 아귀가 딱 맞진 않는다. 뜻이 제각각인 상태에서 소위 리스크 매니지먼트라 불리는 산업이 출현했다. 금융경제의 발전이 이에 힘을 보탰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저자는 리스크를 둘러싼 개념상 오해와 적용의 혼란이 기업 경영에 있어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가 '재무리스크의 잘못된 역설'인 이유다.
권오상 금융감독원 연금금융실 실장이 지난 2013년 출간한 책 '기업은 투자자의 장난감이 아니다'는 재무리스크의 잘못된 개념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을 낱낱이 풀어썼다. 출간한 지 3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경영학, 특히 재무론을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는 책이다. 저자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관련이 있는 잘못된 역설 7가지를 제시한다.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친 후, 기업 재무리스크 관리의 2단계 의사결정 원리를 내놓는다.

다시 리스크의 개념으로 돌아가보자. 우선 리스크를 위험과 동의어로 쓰면 나빠질 수 있는 가능성, 나빠진 후의 결과 라고 정의돼 뜻이 어긋난다. 해저드도 위험의 원인이 되는 조건, 상태, 요인, 상황으로 해석돼 본래 정의와 안맞다. 그래서 경영학이나 재무론에선 리스크를 '계량화가 가능한 미래의 변동가능성', '예측가능한 불확실성'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 것 역시 딱맞는 정의가 아니다.

실제로 기업의 재무리스크는 예측이 어렵고 측정도 쉽지 않다. 확률의 지배도 벗어나는 때가 많다. 도널드 럼스펠트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9·11사태 때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어떤 것(Unknown unknowns)'의 위험을 경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심 탈레브의 '검은 백조'의 개념 역시 사례 중 하나다.
환율, 이자율, 원자재 같은 시장리스크 역시 같다. 마치 확률적 결정계 안에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를 과거의 통계를 이용해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 수치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시그널은 언제나 노이즈를 동반하고 정확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획득하긴 쉽지 않다. 계산은 쉽지만 예측은 어려운 법이다. 저자는 "시장리스크는 확률적 비결정계로 보는 것이 신중한 태도"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저자는 시장리스크를, 불확실성으로 보고 기업 관점에서는 손실가능성으로 이해하기 시작할 때 리스크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존 재무론에서 주장하는 리스크가 지극히 투자자의 관점에서 정의되고 활용돼 왔다는 점도 거침없이 비판한다. 투자자의 논리는 상장 이후의 단기적 수익률이나 변동성의 논리만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봐야 할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비껴간다. 유럽 우량 기업 중 상당수가 비상장 가족기업의 형태를 띠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관점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 관점에서 리스크를 바라보는 것은 뮤추얼펀드를 통해 대중주주주의 모델을 지향한 미국의 논리란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보편적인 기업의 리스크 원리로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는 헤지나 선도, VAR, 옵션등의 사례를 조목조목 들면서 잘못된 리스크 관리의 사례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기업의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한가에 대해 고민한 끝에 관련된 개념들을 소개하고 재검토함으로써 빌려입은 옷이 아닌 제대로 맞는 옷을 한번 기업에게 입혀보겠다는 목적으로 이책을 서술하게 됐다"고 썼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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