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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섬진강 따라 花가 봄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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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마을의 북적임과 달리 섬진강 건너 하동 먹점마을은 고즈넉하게 매화를 즐길 수 있다.

광양 매화마을의 북적임과 달리 섬진강 건너 하동 먹점마을은 고즈넉하게 매화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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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마을에 홍매화가 활짝 피어나 상춘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광양 매화마을에 홍매화가 활짝 피어나 상춘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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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이 솟아나는 섬진강의 아침

봄 기운이 솟아나는 섬진강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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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평사리 들녘은 파릇 파릇 봄기운이 가득하다.

하동 평사리 들녘은 파릇 파릇 봄기운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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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상위마을에 활짝 핀 산수유꽃.

구례 상위마을에 활짝 핀 산수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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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따라 고즈넉하게 피어난 매화가 운치있다.

돌담길 따라 고즈넉하게 피어난 매화가 운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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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봄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도는 울긋불긋 꽃대궐이 따로 없습니다. 봄꽃여정을 떠나자면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땅을 어찌 피할 수 있을까요.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는 이곳은 해마다 봄소식을 알리는 꽃들이 릴레이로 피어나는 명소입니다. 섬진강의 푸른 물결, 그 위에 하얀 매화가 하늘하늘 춤을 추다 제멋에 겨워 춤사위를 잊고는 하얀 꽃눈을 뿌립니다. 꽃소식은 구례의 산수유와 화엄사 '흑매(黑梅)'로 이어지고 쌍계사 길의 벚꽃이 바통을 넘겨받습니다. 그뿐인가요. 싱그러움을 잔뜩 머금은 섬진강변 들녘은 파릇파릇 초록빛을 뿜어냅니다. 최참판댁 처마 밑에도 하얀 눈송이가 매달렸습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벗 삼아 봄 여정을 떠나볼 만합니다. 불편함도 있습니다. 산수유와 매화 축제가 오는 18~27일 열립니다. 섬진강을 따라 교통정체도 어마어마합니다. 화사한 봄꽃보다 상춘객과 차량에 먼저 지쳐버릴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렸던 봄,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슴 속에 가득 담아보시길 바랍니다.

◇구례 산수유, 노란꽃천지 그림같네
봄에 가장 먼저 환한 꽃불을 달아매는 곳은 전남 구례다. 첫 개화시기를 따지자면 광양의 매화가 산수유에 앞서지만 일제히 '꽃폭죽'을 터뜨려 흐드러지는 풍경은 매화보다 산수유가 한발 더 빠르다.
이른 봄, 무채색의 들판과 마을에 붓질을 하듯 노란빛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니 가히 '봄의 꽃'이라 할 만하다. 지리산 만복대의 잔설이 채 녹기도 전에 콩알만큼 작고 샛노란 봉오리들이 꽃잎을 터뜨리기 시작해 3월 중순 무렵엔 산동면 일대 30여개의 마을이 온통 붓으로 노란 물감을 칠해 놓은 듯 산수유꽃이 만개한다.
구례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

구례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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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산수유를 가장 운치 있게 볼 수 있는 곳은 해마다 축제가 열리는 산동면 상위마을 일대다. 마을의 정자인 산유정에 오르면 노랗게 물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부드러운 곡선의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 그리고 대숲과 산수유 군락이 영락없는 한 폭의 풍경화다.

산수유는 매년 축제로 북적이는 상위마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락폭포 쪽의 달전마을에도, 견두산 아래 계척마을과 현천마을에도 온통 노란 산수유꽃들이 꽃담을 두르고 있다.

현천마을은 마을 입구에 자그마한 저수지가 있어 저수지를 둘러친 산수유꽃이 수면에 반영되는 운치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 마을 곳곳에 대숲이 울창해 선명한 초록과 노랑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팔레트 위에 물감을 짜놓은 듯한 색채감도 느낄 수 있다.
구례를 찾았다면 누구나 빠뜨리지 않고 들러가는 곳이 바로 화엄사다. 봄날의 화엄사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각황전 옆의 흑매를 빼놓을 수 없다. 어찌나 꽃잎이 붉은지 검은빛이 감돈다 해서 흑매란 이름이 붙었다. 산수유가 빛을 발할 때쯤인 4월 초순에 흑매의 진가를 드러낸다.

사성암도 빼놓지 말자.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에 서면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드넓은 토지면 등 구례 들녘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하동 섬진강 물안개 피면 싱그러운 녹차 향기 더하고
봄날 섬진강의 주인공은 산수유와 매화가 첫줄에 선다. 하지만 섬진강의 아름다움은 결코 꽃에만 있지 않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물을 따라가 보라. 모래톱 사이사이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며 그 속에서 재첩 잡는 어민들의 모습에서 싱싱한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 매화가 운치 있게 피었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 매화가 운치 있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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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섬진강을 따라 내려서면 경남 하동이다. 하루하루 초록빛이 짙어지는 차밭이 먼저 반긴다. 차나무들이 구불구불 이랑으로 이어지며 반짝이는 초록빛의 화사함은 꽃의 아름다움 못지않다. 차나무들 사이로 순백의 매화가 차나무의 초록과 대비돼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하동에서 으뜸 가는 명소는 평사리 악양들판이다. 박경리 소설 토지로 유명한 곳이다. 들판의 보리밭은 띄엄띄엄하고 아직 논과 밭은 비어있다. 하지만 봄이 무르익어 자운영이 피어날 무렵이면 들판 한가운데 두 그루 소나무가 어우러지면서 가장 아름다운 들판을 보여준다.

평사리에서 섬진강으로 내려서면 고운 빛깔의 모래톱이 나온다. 넓은 백사장을 걸으며 재첩잡이 배를 볼 수도 있고 따사로운 봄빛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도 아름답다.

강변의 하동송림에 들어 가슴을 펴고 소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에 몸을 맡겨보자. 송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싱그럽다.

◇광양 매화마을 새하얀 꽃천지‥망덕포구선 윤동주의 자취도
하동에서 다리를 건너면 전남 광양 땅이다. 아름답게 매화가 핀다는 매화마을이 있다.

섬진강변 매화마을의 양지바른 가지에는 매화꽃이 눈부시게 피었다. 하얀 매화꽃이 가득한 마을에 들어서면 누구나 시인이요, 예술가가 된다. 활짝 꽃망울을 피운 매화에서 느껴지는 도도함과 청초함은 그야말로 최고다.

그중에서도 매실 명인인 홍쌍리 여사가 40여년 동안 백운산 산비탈 12만평을 일군 청매실 농원은 아름답고 화려한 매화꽃을 자랑한다.
광양 망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

광양 망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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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가 있는 입구에서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모진 꽃샘추위를 극복하고 소담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3000여개의 장독이 모여 있는 마당에서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독에는 매실된장, 매실고추장 등이 이른 봄볕 아래 익어가고 있다.

퇴계 이황이 시로 노래했듯 밤에 보는 매화꽃도 가히 일품이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둠에 물들면 백매화가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이어 섬진강 물줄기도 하얀 매화빛으로 젖어가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이다.

매화마을을 지나 남해바다와 만나기 전 섬진강은 폭을 한껏 넓힌다. 섬진강의 끝은 망덕포구다. 망덕은 덕유산이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 망덕포구에는 최근 영화 '동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윤동주 시인을 만날 수 있다.
광양 망덕포구선 윤동주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광양 망덕포구선 윤동주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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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이던 1941년 윤동주는 시집을 발간하려 했으나 일제 탄압으로 여의치 않게 되자 자필원고를 절친한 후배 정병욱에게 맡겼다. 윤동주가 일본에서 옥사하고 난 후 유고는 마룻장을 뜯어내고 보관했던 후배에 의해 1948년 간행됐다. 포구에는 자필원고를 숨겨뒀던 가옥이 남아 있다. 망덕포구에는 이제 막 강굴(벚굴)잡이가 시작됐다.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강굴을 한 입 넣으면 바다의 싱그러운 냄새와 봄의 향기가 입안 가득하다.

구례ㆍ하동ㆍ광양=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섬진강 따라 가는 봄꽃여정길

섬진강 따라 가는 봄꽃여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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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경부선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 타고 하동IC를 나와 하동, 구례 방면으로 가면 된다. 진입해서 하동, 광양, 구례 순으로 둘러봐도 되고 반대로 광양 매화마을, 구례, 하동 순으로 가도 된다. 호남선은 전주나들목을 나와 전주~임실~남원~구례를 거쳐 하동, 광양으로 이동할 수 있다.

▲먹거리= 섬진강의 대표 음식은 재첩이다. 섬진강에서 채취한 재첩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명물이다. 하동 화개면의 동백(055-883-2439)식당은 뽀얀 국물이 우러난 재첩국과 참게장이 맛깔나다. 광양은 광양불고기와 강굴이 유명하다.
매화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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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봄꽃 축제는 시기를 잘 맞춰 떠나야 한다. 그때그때의 날씨에 따라 개화 시기가 달라져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자칫 축제 기간만 믿고 떠났다가 정작 봄꽃을 보지 못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올해 구례 산수유축제는 3월19~27일이고, 광양매화축제는 3월18~27일이다. 봄꽃 축제는 대개 느지막이 떠나는 게 요령. 뒤로 갈수록 봄꽃은 더 흐드러지게 마련이다. 출발 전에 미리 현지 개화 상황을 체크하고 떠나는 것도 방법. 특히 축제 기간에는 섬진강 일대가 교통지옥으로 변하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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