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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야후 CEO의 실패한 리더십이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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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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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 포털 업체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가 이제 리더십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하다.

행동주의 펀드로 야후 주주이기도 한 스타보드밸류의 제프리 스미스 CEO는 지난달 야후 이사회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야후의 혁신을 위해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름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메이어 CEO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2012년 7월 외신들은 "'구글의 퍼스트 레이디'가 야후로 배를 갈아 탔다"며 잔뜩 기대했다. 당시 메이어는 연봉 100만달러에 최고 보너스 200만달러, 5600만달러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및 옵션까지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어는 실리콘밸리에서 존경 받는 엔지니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달 사이 야후 임원 수십명이 회사를 떠났다.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평소 메이어 CEO와 임원진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메이어 CEO가 임원들에게 매출 증대와 관련해 지나친 요구만 거듭해 임원진이 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해고와 자발적 퇴사로 야후 인력은 지난달 현재 3분의 1 이상이 줄었다. 향후 피치 못할 사업부 매각으로 남은 인력 중 15%도 야후를 떠나게 될 듯하다.
젠체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제품설계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려 드는 메이어 CEO의 성격은 애플 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의 괴팍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잡스의 괴팍한 성격이 용인된 것은 당시 애플이 잘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후의 현황은 다르다. 야후는 2013년 부채까지 포함해 미니 블로그 서비스인 텀블러를 인수하는 데 11억달러나 쏟아 부었다. 야후는 지난달 이 중 2억3000만달러를 손실 처리했다.

야후는 더 나아가 텀블러 인수에 들어간 프리미엄 비용 전체도 손실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대차대조표상의 가치 말고 명성이나 미래 성장을 이끌 아이디어처럼 돈으로 계량하기 어려운 요소들에 지급한 비용까지 손실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야후는 텀블러 인수 프리미엄 비용으로 7억5000만달러를 들였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메이어 CEO다.

동영상 전문 포털 풀스크린의 서비스 중단도 메이어 CEO에 대한 퇴진 압박을 부채질하고 있다. 야후는 3년 전 메이어 CEO의 주도 아래 풀스크린에 1억달러 이상 투자했다. 하지만 풀스크린은 결국 최근 문을 닫고 말았다.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니컬러스 칼슨 편집장은 야후의 직원 인사고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서 '마리사 메이어와 야후 구하기'에서 "메이어 CEO가 직원 고과 성적을 일정 비율의 SㆍAㆍBㆍCㆍD로 나눠 매긴다"고 썼다. S 10%, A 25%, B 50%, C 10%, D 5%, 뭐 이런 식이다.

이러면 협력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직원은 자기 고과와 무관한 일에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 게다가 팀이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치자. 팀장은 비율에 따라 일부 팀원에게 낮은 평점을 매기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부하 직원과 리더의 사이가 벌어지고 직원의 충성도가 떨어져 조직 불화ㆍ파괴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메이어 CEO에게 향했던 희망의 바람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메이어가 야후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야후는 인터넷 검색 부문에서 구글에 밀린 지 이미 오래였다. 야후의 채팅 룸은 페이스북에 가려져 빛이 바래 있었다. 웹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갈아탔다. 어찌 보면 메이어는 야후 구하기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받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직원들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자기 생각만 강요하는 CEO에게 면죄부가 쥐어질 순 없다.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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