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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만능통장 … 작명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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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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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테크 시장에서는 '만능통장'이 화제다. 금융위원회가 '만능통장'이라고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한 달 앞두고 ISA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관련 뉴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ISA가 만능통장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예금, 적금, 펀드 등 본인이 갖고 있는 금융상품들을 ISA라는 계좌 하나에 통합해서 편리하고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어서다. ISA에 가입하면 예ㆍ적금계좌 따로, 펀드계좌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작명인 셈이다.
게다가 비과세 혜택도 크다. ISA에 담아둔 금융상품(예ㆍ적금, 펀드 등)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최대 200만원까지 100% 세금을 면제해 준다. 20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를 하는데 이도 일반 이자소득세 15.4%보다 낮다.

금융 당국은 이런 이점 덕에 ISA가 새로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금융회사들의 고객 잡기를 위한 샅바싸움도 치열했다. 은행들은 일임형 ISA를 은행에도 허용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은행에 비해 지점수가 적은 증권사들은 ISA 가입을 하려면 반드시 금융회사를 방문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금융위원회가 ISA 활성화 방안에 은행의 일임형 ISA를 허용하고, 온라인으로 ISA 가입을 허용한 것은 이런 업계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넓혀주고, 가입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을 경쟁시켜 만능통장이 더 수익을 낼 수 있게 유도하고, 가입도 쉽고 편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의 설명만 들으면 ISA는 글자 그대로 만능통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ISA가 정말 만능통장일까.

ISA가 수익을 내려면 계좌에 담긴 상품들이 수익을 내야 한다. 예금과 적금에 대한 이자는 기껏해야 1~2%대 수준이다. 초과 수익을 내려면 다른 투자상품을 ISA에 담아야 한다.

ISA에 들어갈 수 있는 상품은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하다. 이 같은 투자 상품들은 기대수익이 높은 만큼 손실 가능성도 있는 상품들이다.

하지만 펀드를 제외하곤 사실 일반인들은 메커니즘을 잘 알 수 없는 상품들이기도 하다. 어떻게 수익이 나고, 손실은 어떤 구조로 나는지 알기 어렵다. 올 들어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화제가 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 연계 ELS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졌던 상품이다.

6~8%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가입했던 상품이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투자자들은 거의 없었다. 투자자들뿐 아니라 해당 상품을 팔았던 금융회사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ELS가 불티나게 팔릴 때 금융회사 직원들도 앞다퉈 가입을 할 정도였다. 이렇게 해서 지난 한 해 동안만 30조원이 넘는 홍콩 H지수 연계 ELS가 발행됐다.

이처럼 ELS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수 있었던 것은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는 선전 문구 역할이 컸다. 물가 상승률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인 상태에서 큰 위험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상품 선전은 일반인뿐 아니라 금융회사 직원들까지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투자의 세계다. 최근 20달러대로 추락했던 국제 유가는 1년 반 전인 2014년 중반만 하더라도 10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당시 국제 유가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의 80%를 날리게 됐다.

통상 위험(risk)과 수익(return)은 비례한다.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만능통장으로 알려진 ISA 역시 이런 투자 위험을 근본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금융상품이다. '만능'이라는 단어가 이런 위험을 없애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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